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유령청사 사태 파장이 커지면서 ‘제2의 LH 사태’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애초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님에도 예산 171억 원을 들여 세종시에 신청사를 신축했지만 지난해 완공 후 아무도 입주하지 않은 채 방치된 사실이 최근 야권의 폭로로 드러났다. 특히 소속 공무원 49명이 공무원 특별공급(특공) 아파트까지 받아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보게 된 것이 알려지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파장이 커지면서 국무조정실은 20일 첫 현장조사에 나섰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관평원 청사 신축과 관련한 자료 확보를 위해 관세청 등에 직원을 보냈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 18일 국무조정실 세종특별자치시지원단과 공직복무관리관실에 이번 의혹을 엄정히 조사하고, 수사의뢰 등의 법적조치 및 관평원 직원들의 아파트 특별공급 취소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김 총리 역시 청사가 건설되는 동안 행정안정부 장관으로 재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만, 국무조정실은 이날 특공 아파트를 한 채씩 챙긴 관평원 직원 49명 중 39명이 김 총리의 장관 재임 중 확인서를 발급받아 취득세를 감면받았다는 한 언론의 보도와 관련, “취득세 감면은 지자체 업무이며 기관 이전을 전제로 감면이 부여되나 이전 대상기관으로 고시되지 않아 취득세를 감면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파장은 울산 정치권으로까지 튀었다. 관평원의 세종 이전이 김영문 관세청장(현 한국동서발전 사장) 시절 본격화된 탓이다. 관평원 세종청사 신축 이전은 2015~2019년 김낙회 천홍욱 김영문 등 3명의 관세청장 재임 기간 진행됐는데 행안부의 관평원 세종 이전 불가 방침에도 청사 신축을 강행한 것은 김영문 전 청장 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청장은 검사 출신임에도 이례적으로 관세청장에 임명돼 2019년까지 일했고, 지난해 총선 때는 울산 울주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국민의힘 울산시당은 논평을 내고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지금 김 전 청장이 직접 울산시민에게 해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청장은 “공공기관의 세종시 이전 규정을 담은 행복도시 법 해석을 놓고 행안부와 의견 차이로 발생한 일일 뿐”이라며 “직원 특공을 위해 신청사를 건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