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의 가장 큰 책무가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책임하는 일이죠. 미군이 부산항 8부두에 1g으로 100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 보툴리눔 톡소이드 등 생화학 물질로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부산시는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고 있죠.”

　24일 낮 12시 국제신문 유튜브채널에서 생방송 진행된 ‘독한 청문회’에 출연한 진보당 노정현 (예비)후보가 말하는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이유’이다. 노 후보는 “부산시는 ‘실험하지 않겠다’는 미군 측의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요구 서명에 20만 명이 넘게 참여했는데, 부산시는 이를 외면한다. 그래서 이를 1번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정치권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제5·6대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민주노동당) 소속 부산 연제구의원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대학생 시절에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 출마에 의미를 두고 4대 지방선거에 출마했다”며 “당시 가능성을 보고 지역사회에서 노인대학을 만들고 좋은아빠모임, 위험한 통학길바꾸기 운동 등을 했더니 다음 선거 때 주민분들이 알아줘 주더라”고 했다.

　노 후보는 이날 방송에서 국민의힘 이언주 의원 등이 주장하는 한일해저터널 건설 공약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공약이 실현되면 우리나라의 경제권을 일본에 넘겨주는 결과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부산을 망치는 공약”이라며 “물류관문도시 부산의 입지를 일본에 넘기자는 말이다. 임진왜란 당시 동래부사 송상현은 ‘목숨을 내주기는 쉬워도 길을 내주기는 어렵다’고 했다. 역사를 반성 하지 않는 일본에 경제를 넘기는 공약이 등장해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에 국민의힘 이언주 후보의 ‘돈선거 발언’의 조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노 후보는 “이언주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고 싶은 급박함에 쫓겨 숨겨졌던 진실을 꺼낸 것”이라며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이미 ‘차떼기 사건’ 등 범죄전력이 있다. 이 후보의 의혹제기는 충분히 신빙성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어반루프’ 공약도 비판했다. 노 후보는 “부산을 15분에 묶겠다는 건 프랑스 파리 이달고 시장의 ‘15분 도시’ 공약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핵심 내용은 빠져 있다”며 “이달고 시장의 공약은 (15분에 연결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개인의 불편함은 감수한다는 전제가 있다. 탄소배출이 없는 교통이 필요하고 출근거리 단축 등도 필요하다. 박형준 후보의 공약은 결국 토건개발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현 정권도 그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노 후보는 “세월호 진상규명, 노동존중, 판문점 선언 이행. 이 3가지만 보면 알 수 있다”며 “세월호 진상규명도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누더기가 됐다. 판문점선언 당사자인 우리정부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애걸하고 있다.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 후보는 “한국정치의 발전이 보수양당체제의 늪에 빠져 정체하고 있다”며 “국민은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로 의식이 높은데 정치는 이 감수성을 따라잡지 못한다. 친일에 뿌리를 둔 정당을 청산하지도 못하고, 정부여당도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노 후보는 4명의 아이를 둔 아빠다. 이날 방송에서 노 후보는 ‘육아는 국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돌봄노동을 하는 이의 법적·제도적 지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 노동자가 행복하고 안전해야 사회의 돌봄이 제대로 기능한다”며 “모든 가족구성원이 어떠한 방해도 없이 돌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남성직장인도 (돌봄을 위해)휴가를 낼 수 있어야 하고 어떠한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 고용보험법 등의 개정을 통해 제도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진보당은 생활동반자 제도를 당론으로 채택했다”며 “우리 사회는 법이 인정하는 결혼 외에는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권리와 의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프랑스나 독일에는 약 20년 전에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의무과 권리를 부여하는 법이 마련됐다. 사회가 바뀌면서 이러한 제도도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대부분이 찬성하는 가덕신공항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노 후보는 “코로나19라는 상황이 포함된 수요조사가 있어야 한다”며 “공항수요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줄고 있었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진보당 강령에는 자주라는 단어가 7번 등장한다. 그리고 다른 정당의 강령에는 없는 ‘민중’이라는 단어가 8번 나온다.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해체하고, 통일을 위한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고민을 많이 한다”며 “(같은 진보정당으로 분류되지만)정의당이 교류와 협력을 확대헤서 점진적으로 (통일을) 실현한려는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민중이 사회발전의 주체고, 집권의 주체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양정고, 부산대(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제 5·6대 부산연제구의원을 지냈고 현재는 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