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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역대 5인 관리·통합형…젊고 역동적 리더십 혁신도 필요

과거 부산시장을 돌아보다

  • 국제신문
  •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  |  입력 : 2020-12-30 20:02:56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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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선 1기 초대 시장 문정수
- BIFF·교통카드 상용화 이뤄

- 도시행정 전문 안상영 전 시장
- 동북아 물류중심도시 틀 닦아

- 정통관료출신 허남식 전 시장
- 교통정책·도시재생 긍정 평가

- 16년 만 ‘정치인 시장’ 서병수
- 추진력에도 조직장악력 한계

- 몇 차례 도전 끝 당선된 오거돈
- 리더십 약화되고 불명예 퇴진

- 차기 시장이 갖춰야 할 역량
- 부산 발전 청사진 제시하고
- 도시위상 높일 변화 이끌어야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에서 인천에 밀리고, 행정부에 이어 국회까지 이전하기로 하면서 급성장이 예상되는 세종시에까지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문제는 리더십. 1995년 초대 민선 시장을 선출한 이후 5명의 부산시장이 거쳐 갔다. 문정수 안상영 허남식 서병수 오거돈. 어떤 시장은 국제도시 도약을, 어떤 시장은 해양수도를, 어떤 시장은 부산 혁명을 꿈꿨다. 그러나 부산이 처한 현 상황을 보면 전직 시장의 꿈이 현실화한 것 같지는 않다.

내년 4월이면 새로운 부산시장을 선택해야 한다. 역대 민선 부산시장의 긍정적인 리더십을 배우고 단점을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다음 시장이 갖춰야 할 리더십을 조명해 본다.
■문정수, 무리하지 않는 스타일

민선 1기 부산의 사령탑을 맡았던 문정수 전 시장은 온화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문 전 시장의 한 측근은 “절대 무리하지 않는 스타일이었지만, 3선 국회의원에 집권당 사무총장의 경력이 말해주듯이 일단 결심하면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대 민선시장은 임기가 3년으로 짧은 데다 1997년 ‘건국 이후 최대 금융비리 사건’으로 불린 ‘한보 사태’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핵심 치적은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탄생. 문 전 시장은 ‘문화시장’이라는 애칭을 얻었고, 부산시가 ‘영화의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또 전국 최초로 하나로 교통카드를 상용화하는 등 민생과 직결된 사업도 추진했다. 지자체에 경제 관련 부서가 없었던 당시 이례적으로 통상진흥과를 만드는 등 독자적 시정 운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실세 출신 민선시장’에 걸맞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안상영, 도시계획 전문가

안상영 전 시장은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갖춘 도시행정 전문가였다. 민선에 앞서 1988년 5월부터 2년8개월간 관선 부산시장 당시 동·서 부산권 개발, 부산항 순환도로망 건설, 주요 도심도로 건설 같은 대역사의 기틀을 다졌고, 민선 재임 기간에는 ‘해양수도 부산’이라는 개념을 창안해 ‘동북아 물류중심도시’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관선과 민선 8년4개월여 재임 기간을 거치면서 안 전 시장은 ‘컴퓨터를 단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었다. 주변에서는 “안 시장은 ‘사이즈’가 남달랐다”는 말을 곧잘 했다고 한다.

뚝심이 뒷받침된 안 전 시장의 강력한 리더십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부산경기, 아·태 장애인 경기대회, 세계합창올림픽 등 4대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부산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 또 부산시 방북단을 이끌고 직접 북한을 방문해 남북교류 협력의 물꼬를 트는 데도 힘을 보탰다. 부산항만공사(BPA)를 출범시킨 것도 안 전 시장이었다.

시정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치인에게 휘둘리지도 않았고, 뛰어난 리더십으로 부산의 성장 동력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토건시장’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결국, 2003년 10월 지역 기업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이듬해 2월 4일 부산구치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허남식, 관료 출신 관리형 시장

허남식 전 시장은 ‘다이나믹 부산’이라는 슬로건 아래 ‘시민을 섬기는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을 내세웠다. 부산 시민운동단체 연대의 평가에서 대중교통환승제 추진, 남항 및 북항(부산항)대교와 을숙도대교 등 교통정책에 대한 인식 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고, 산복도로 르네상스와 행복마을 등 도시재생에도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도 이런 리더십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미군 하야리아 부대를 부산시민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허 전 시장의 업적으로 꼽힌다.

전형적인 ‘관리형 시장’이란 평가도 받았다. 정통 관료 출신이다 보니 민선시장으로서의 진취적인 행정력이 부족했고, 발전방향 제시와 정치적 리더십 발휘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허 전 시장의 한 측근은 “별명이 ‘소리 없는 불도저’였을 정도로 추진력이 대단하고 맡은 바 소임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었다”면서도 “부산시장 정도 되면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강력하고 감동적인 리더십도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가덕신공항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던 것도 뚝심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병수, 정치보다는 행정 가까워

초대 민선시장 이후 16년 만의 ‘정치인 시장’으로 취임 초부터 시정 혁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로 언제라도 대통령과 독대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힘과 추진력을 갖춘 시장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기대에 대한 성과는 반반이었다. 취임 초 파격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으로 시정을 장악했으나, 취임 2년 차에 정무특보와 경제특보가 구속되는 등 뇌물과 관련한 기강해이 사건이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자리를 걸고 공약했던 가덕신공항 유치에 실패하면서 정치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뒤따랐다. 하지만 2030 부산월드엑스포 국가사업 승인,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서부산 그랜드플랜 추진 같은 굵직굵직한 사업은 정치인 출신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서 전 시장은 ‘함께하는 리더십’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측근들은 정치보다는 행정에 더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변화를 추구하는 동적인 느낌을 주지 못했고, 본인만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오거돈, 퇴색된 리더십

오거돈 전 시장이 3전 4기의 도전 끝에 시장에 당선된 뒤에는 전성기 모습은 상당 부분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 전 시장에게는 ‘통 큰 리더십’ ‘뚝심’ ‘친화력’이라는 표현이 뒤따랐다.

임기 초반부터 주변에서는 “총기가 떨어졌다. 예전 같은 추진력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정무직에게 시정을 맡기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고, ‘왕수석’에게 먼저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심심찮게 나왔을 때도 오히려 감싸 안았다. 이를 두고 당내 기반이 없는 오 전 시장이 후보가 되고 본선에서 당선되기까지 당 핵심인사에게 많은 빚을 졌고, 그래서 정무직 인사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령이다 보니 ‘재선’에 대한 기대감을 주지 못했던 점도 리더십을 약화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오 전 시장이 성추행으로 불명예 퇴진한 것과 별개로 가덕신공항을 줄기차게 밀어붙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다.

■차기 시장, 새로운 리더십

5명의 역대 민선 부산시장이 보여준 리더십은 온화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에서부터 통합의 리더십, 실력이 뒷받침된 강력한 리더십, 관리형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 통 큰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이었다. 정치인 출신이라고 강력한 추진력을 가졌던 것은 아니고, 관료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가 관리형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젊고 역동적인 시장을 겪어보지 못해 변화와 혁신에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 부산시장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10인10색일 수 있다. 도시발전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절실하고,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도 필요하다. 또 변화를 통해 도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갖춘 기업가적 마인드도 요구된다. 때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처럼 좌고우면하지 않는 스타일이 필요하고, 거물급 시장이 나서 340만 부산시민에게 담대한 비전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핵심은 ‘자신감과 실력 있는 리더십’. 또한, ‘제2의 도시’에 걸맞은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시민이 깨어있어야 한다. 지도자의 리더십 못지않게 시민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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