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무성이 대장)’. 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의 별명이다. 1996년 15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해 내리 6선을 지낸 김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로 24년간의 ‘여의도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YS) 이후 줄곧 지역 정치권의 맹주로 군림한 그의 의정활동 마감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3당 합당 세력’의 종언을 고함과 동시에 정치권 세대 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김 의원은 강력한 리더십과 탁월한 정치력을 바탕으로 ‘거물’ 정치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반면 ‘구닥다리’ ‘낡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상대 진영으로부터 숱한 공격을 받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국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의 의정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상세하게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9일 국제신문 편집국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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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이 지난 9일 국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20대 국회에 대한 소회와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서정빈 기자 |
- YS·DJ 새파란 후배 건의도 경청
-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
- 탄핵에 대한 사과 요구 많았지만
- 이번 총선 결과가 문제없다 증명
- 한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
- 반대 세력의 끊임없는 견제 받아
- 광주 출마는 황교안 반대로 무산
- 좌파정권 권력 장악 가장 아쉬워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다. 당시 총선에서 참패했는데 책임을 느끼나.
▶당시 모든 책임을 스스로 졌다. 변명 한 마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억울한 부분도 있다. 집단 지도체제 속에서도 공천의 87.5%를 상향식으로 했다. 친박 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12.5%의 잘못된 공천이 파동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입장은.
▶박 전 대통령의 선택지는 헌법 절차에 따르느냐, 버티느냐, 하야하느냐의 3가지였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버티면서 결국 헌법 절차가 진행돼 탄핵된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책임을 지고 사과하라고 했지만 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는 선거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소위 ‘친박(친박근혜)’ ‘진박(진짜 박근혜 측근)’ 세력 중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누가 있나. 국민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의견을 표시한 것이다.
-한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였다.
▶모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28주 연속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최고위원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모욕을 주더라. 20대 총선 공천 파동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확 빠졌다. 이후에도 친박과 좌파 세력의 끊임없는 견제가 있었다.
-21대 총선 통합당 참패의 원인은.
▶우선 공천이 잘못됐다. 상향식 공천이 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차기 권력’이 없었던 점도 주요 패배 요인이다. 황교안 전 대표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이 ‘안정’을 택한 이유도 있다.
-21대 총선 광주에 출마하려고 한 이유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광주에 출마하려고 했다. 선친(해촌 김용주)이 전남방직을 설립하는 등 광주에서 많은 일을 했고, 나에게도 뿌리가 굉장히 깊은 지역이다. 당선되겠다고 출마하려 한 건 아니다. 정당 투표나 수도권 선거에서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졸장부’인 황 전 대표의 반대로 무산됐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의 물꼬를 텄다.
▶억울한 사람 사연 들어주고 한을 풀어주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여야가 이미 합의한 내용이더라. 사고 없이 좋게 끝나서 다행이다. 또 국회를 떠나는 마당에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김영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YS는 정치적 스승이요, 정신적 지주다. 박 전 대통령은 동료이자 동지였다. 동지를 ‘주군’으로 여기고 ‘여왕’처럼 떠받든 세력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비극을 맞은 것이다. YS나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새파란 후배가 건의해도 경청했는데, 박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 두 사람과의 가장 큰 차이다.
-의정활동 기간 아쉬운 점은.
▶좌파 사회주의 정권이 권력을 장악한 것이 가장 아쉽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복지 수요을 충당해야 하는데 현 정권은 ‘보편적 복지’를 추구한다. 포퓰리즘도 성행한다. 제왕적 권력구조 타파를 위한 개헌을 이뤄내지 못하고 떠나는 점도 가슴아프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보수’와 ‘진보’라는 용어부터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에서는 무조건 보수가 패한다. 대신 ‘우파’와 ‘좌파’로 나눠 이념 대결로 가야 한다. 우파는 일부 극우 세력에 휩싸여 국민에게 실체를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
-여권 세력과 정책을 좌파 사회주의로 규정하는 것은 색깔론 아닌가. 과거 색깔론을 지나치게 이용했다는 비판도 많다.
▶이념적 측면에서 좌파와 우파로 규정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과거 선거때 색깔론을 활용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리고 반성한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변하려고 한다. 우파의 미래는 중간지대의 확장에 달렸다. 새로운 실용주의 노선을 지향해야만 표를 얻을 수 있다.
인터뷰=박태우 정치부장
정리=이병욱 차장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