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사회 분야와 관련해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에 초점을 둔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14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기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 신뢰 여부, 검찰 인사 단행 등을 둘러싼 안팎의 갈등에 대해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윤석열 총장을 신뢰하시느냐”는 MBN 소속 한 기자의 질문을 받은 뒤 “어제부로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제도적인 개혁 작업이 끝났다”며 “검찰은 과거보다 권한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요 사건들의 직접 수사권을 가지고 있고, 경찰이 직접 수사권을 가지는 사건에 대해서도 지휘와 통제를 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어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검찰의 거의 기소 독점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 개혁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찰 개혁은 검찰 스스로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주어야만 가능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앞장서주어야만 조직 문화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수사와 검찰의 개혁이라는 여러가지 과정들이 청와대 수사와 맞물리면서 권력 투쟁 비슷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검찰 개혁은 정부 출범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작업이고, 청와대 수사는 그 과정 중에 끼어 든 일에 불과하다. 두 가지를 결부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언론에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모든 권력 기관들은 끊임없이 개혁 요구를 받고 있다. 자칫 원래 가지고 있는 법적 권한을 뛰어넘는 초법적 권력이나 권한, 지위를 누리기 쉽기 때문에 그런 것을 내려놓으라는 것이 권력 기관 개혁 요구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묻는 MBC 기자의 질문에는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나 과거의 권력에 대해서나, 또는 검찰 자신이 관계되는 사건에 대해서나 항상 엄정하고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선택적으로 수사한다면 공정성에서부터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면서도 “윤석열 총장은 엄정한 수사, 권력에 굴하지 않는 수사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들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검찰 역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수사관행을 고쳐나가는 일에까지 윤 총장이 앞서준다면 훨씬 많은 신뢰를 받게되리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검찰 인사 단행을 두고 “윤석열 총장 손발 잘라내는 인사가 아니었느냐는 시각이 있다. 민주주의 원리에서 볼 땐 불편한 수사를 차단하려는 시도처럼 보일 수 있다. 어떤 시각으로 보고 계신지 궁금하다”는 질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의 최종 감독자라는 건 제가 말한 게 아니라 검찰 형법에 규정돼있는 것”이라며 “하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고 답변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든 법원이든 정기인사 시기가 정해져있다.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받아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총장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인사안을 보여줘야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검찰총장이) 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다. 만약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초법적인 권한 또는 권력 지위를 누린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그 한 건으로 윤석열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 인사 제청 방식, 또 검찰총장이 의견을 말하는 방식 등은 정형화돼있지 않다. 이번 일은 (검찰총장이) 의견을 말하고 (법무부 장관이 인사를) 제청하고 하는 방식이나 절차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판단한다. 이번을 계기로 절차가 투명하게 국민이 다 알 수 있도록 정립돼나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공공사업 등 사업들이 검찰 수사와 맞물려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표류하지 않을까”라는 경상일보 소속 기자의 질문에는 “검찰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제가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실제로 지역 내 논의는 훨씬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이다. 울산은 전국 광역시 중에서는 유일하게 공공병원이 없다. 울산 시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지역 공공병원이라는 사업이 ‘타당성 평가’ 벽을 넘지 못해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사업’ 차원에서 전국 각 지자체들부터 의견을 들어 지자체당 평균 1조 원 정도 규모 예타 면제 사업을 허용해 비로소 가능하게 됐다. 검찰 수사와 무관하게 사업은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 외에도 협치 내각 구성, 남북 관계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협치 내각 구성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협치야말로 우리 정치에서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며 “정세균 총리를 후보자로 지명할 때 고심을 많이 했다. 그 이유는 아시다시피 국회의장을 하셨기 때문에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당연히 있을 것으로 봤다”고 답변을 이어나갔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 분을 발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늘 대화하고 타협하고 소통하는 데 역할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 사이에서 협치를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며 “야당 인사들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 할 만한 분이 있다면 함께 하는 그런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협치 내각 구성은 연정과는 다르기 때문에 특정 정당에게 몇 석을 배정한다는 식은 어려우리라고 본다”고 전제하며 “전체 국정 철학을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의 방향에 공감한다면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이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에 시도했던 협치 시도를 언급하며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더 비중 있는, 협치의 상징이 될 만한 그런 분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모두 협치와 통합에 대해서는 공감하셨지만 아무도 수락하지 않으셨다. 지금 우리의 정치 풍토와 문화 속에서는 우리 정부 내각에 합류하게 되면 자신이 속한 정치적 기반 속에서는 마치 배신자처럼 평가받는 그것을 극복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곧바로 야당 파괴, 야당 분열 공작으로 공격받는 것이 우리 정치 문화의 현실”이라며 “다음 총선 이후에 그런 방식을 통한 협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다음 총선을 통해 정치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책임 총리에 대한 생각은 늘 변함이 없고, 이낙연 총리님에 대해서도 책임 총리라는 카테고리랑은 별개로 순방 기회를 드리기도 하고, 대통령 전용기를 내드리기도 하고 매주 국무총리를 만나면서 국정 운영을 하려는 노력들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지금 남북간 혹은 북미간 대화는 모두 현재 낙관할 수도 없지만 비관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한 그 과정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한미일 삼국 당국자간 사전 예정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셨는지 별도의 친서를 전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이어 문 대통령은 “대화 의지를 여전히 강조하신 것은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였고 높이 평가를 하고 싶다. 한편으로 북한 역시 친서를 수령했고 그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내놓았다. 두 정상간의 친분 관계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은 북한이 요구를 수용해야만 한다고 대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대화 문을 닫지는 않았다. 북미간 대화가 활발한 상태는 아니나 대화를 이루어가려는 양 정상간 신뢰는 계속되고 있고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며 “남북간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외교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이 있다 . 남북 관계가 북미 대화의 교착 상태와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대화를 통해 협력을 늘려나가려는 노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충분히 잘 될 수 있을 거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신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