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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2> 독일 분단된 날 서독은 하나를 꿈꿨다

동독 보듬고 주변국 신뢰 쌓고… 서독의 치밀했던 통일 준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06 19:45:01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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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독 끊임없이 분단 극복 노력
- 역사에 대한 반성과 출발선 함축
- 헌법 명칭도 ‘기본법’이라 칭해
- 동독 이탈민 적극 수용정책에다
- 주민들 동독 뉴스도 함께 시청
- 정부는 동질성 잃지 않게 최선
- 동맹국 신뢰 얻어 통일 일궈내

- 남북, 독일 분단과는 상황 달라
- 우리 미래 스스로 결정 가능해
- 사회 전 분야서 새 역사 준비를

1990년 10월 3일 0시. ‘독일 국가’가 연주됐다. 베를린 제국의회 앞에서 흑·적·황 3색 통일 독일 국기가 높이 게양됐다. 이 순간 독일 사람의 꿈은 완벽히 이뤄졌다. “단합·정의·자유를 위해….” 관현악단이 연주하고 합창단이 선창하자 수십만 군중이 따라 불렀다. 독일(서독과 동독)은 피와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자유 속에서 통일을 이날 이룩해냈다. 눈물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한 마음(Wir)이었다. 나는 당시 서독 뮌스터에서 TV 생중계로 독일 통일 장면을 시청하면서 한국에 전화했다. “어머님! 독일이 오늘 통일되었어요.”
1989년 11월 독일 분단의 실체이자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장벽 너머로 독일 통일의 상징인 된 브란덴부어그 문이 서 있다. 연합뉴스
동·서독 통일은 10대에게 희망을, 20대에게 기회를, 30대에게 자유를, 40대에게 경제를, 50대에게 해방을, 60대에게 평화를, 70대에게 역사를 선물했다. 1919년 6월 베르샤유조약, 그해 8월 바이마르공화국, 1933년 1월 나치 독일, 1945년 5월 나치 독일 패전, 1961년 8월 베를린 장벽 설치,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1990년 10월 독일 통일 협상 329일. 이 모든 일이 8000만 독일 국민의 영혼을 스치며 지나갔다.

1919년 6월 28일 독일은 프랑스 베르샤유궁전에서 31개 연합국과 강화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으로 제1차 세계대전 후의 국제 관계가 확정됐다. 독일은 식민지를 잃었고, 알자스 로렌 지방을 프랑스에 반환했다. 영토 축소·전쟁배상금·군 병력과 군비 축소·비무장지대 설정이 이어졌다. 독일은 이 조약을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전쟁배상금은 독일 경제에 충격을 줬다. 1919년 중반부터 화폐 가치가 급속히 떨어졌다. 1921년 말 1달러 가치가 400만 마르크에 달했다. 극심한 물가상승이 이어졌다. 제국은행은 그 많은 돈을 찍을 수 없었다. 빵 1개가 오늘은 10만 마르크, 내일은 20만 마르크였다.

1925년 2월 27일 독일 나치당이 재건됐다. 나치는 혼돈 상황을 교묘히 이용했다. 독일 사람은 아돌프 히틀러에게 국가 운명을 맡겼다. 히틀러는 과도한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로 통치기반을 다졌고, 세계 패권 야심을 드러냈다. 유대인 학살이 자행됐다. 1939~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계속됐다. 1939년 9월 독일은 폴란드를 기습 공격했다. 1년 만에 영국·소련을 제외하고 유럽 대륙을 거의 전부 점령했다. 1941년 6월 독일은 소련을 기습 공격했다. 새로운 전선이 형성됐다. 유럽은 파멸하고 있었다.

■서독, 동독을 끌어안다

독일 베를린에 지금도 남아 있는 장벽의 일부. 하태영 교수 제공
1945년 4월 30일, 낡은 독일은 히틀러와 함께 사라졌다. 히틀러를 낳았고, 히틀러에게서 미래를 보았고, 히틀러를 흔쾌히 섬겼고, 히틀러의 오만을 공유했던 독일은 히틀러가 받은 복수도 나눠 받아야 했다. 1949년 연합국 4개국이 독일을 분할 통치했다. 나치 독일의 패전 후 16년이 흘렀다. 동서냉전은 깊어만 갔다. 1961년 8월 13일 동독이 베를린 장벽을 쌓았다. 동·서독 국경에 지뢰가 매설됐다. 서독은 냉전의 최전선 국가가 됐다. 이것이 독일 분단이다.

서독·동독이 분단된 시절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탈한 주민은 전체 461만7034명이다. 1945년부터 1961년 8월 13일까지 약 341만 명이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했다. 자유를 찾은 사람들이었다. 베를린 장벽 설치 후 장벽 붕괴 때까지 다시 약 71만 명이 이탈했다. 서독이 돈을 주고 데려온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탈주한 사람이었다. 먼저 온 ‘독일의 미래’(즉, 통일)였다.

서독은 모두를 ‘독일 국민’으로 생각했다. 동독 이탈 주민이 서독 사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중 48만 명은 1989년 1월부터 1990년 6월까지 이탈한 동독 주민이었다.

1982년 동독은 국경법을 제정했다. 국경 이탈자에 대한 총기 사용을 합법화했다. 그 희생자가 약 200명 된다. 통일 후 국경법 제정자와 발포자 모두 처벌을 받았다. 분단이 낳은 상처는 깊었다. 서독은 동독 이탈 주민을 서독 국민으로 생각하고, 적극적 수용정책을 펼쳤다. 서독 사회 적응력을 높이는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연대감을 심어줬다. 생존 보장·능력 발휘 환경 조성·맞춤형 직업 알선·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종교단체의 지원·법제 정비로 민주 시민이 되도록 지원했다. 누구나 동등하게 적용하고, 사회보장으로 정착을 지원했다. 시민대학도 운영했다.

패전 이후 서독은 국가적으로 절체절명 상황이었다. 공산주의 파상 공세를 막고 버티면서 사회적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했다. 패전 직후 서독에서 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치 잔당밖에 없었다. 국가 지휘부 공백 사태가 왔다. 전쟁배상금 공출 압박은 심했고 소련·동구권 피란민이 쏟아져 들어왔다. 서독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민주주의·평화·경제부흥이었다. 서독 사람들은 먼저 법치주의를 실현했다. 헌법을 헌법이라고 하지 않고, 기본법(Bonn Grundgesetz)이라고 불렀다. 역사에 대한 반성·겸허, 분단 극복과 재통일을 위한 출발을 이 명칭에 함축했다. 서독 국가재건사는 분단 극복사다. 이것이 서독 사람들이 분단시대에 한 일이다. 서독 사람들은 뉴스를 보고, 동독 뉴스도 이어 시청했다. 정부는 동질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치밀하고 끈질기게, 주변국과 함께

장벽이 무너진 1989년 11월 9일 목요일 밤 베를린을 ‘뉴욕타임스’ 사설은 이렇게 묘사했다. “수많은 동독 청년이 증오 대상이던 베를린 장벽 위로 올라가 춤을 추었다. 기쁨에 겨워, 역사를 위해 춤을 추었다.” 동독 사람들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은 유럽 전후 질서를 붕괴시킨 것이다. 독일이 통일된 1990년 10월 3일 콜 통일 수상은 제국의회 연설에서 “수많은 사람 누구에게도 손해 없는 통일”을 약속했다. 이 말도 남겼다. “40년 공산당 독재는 사람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중대한 범법 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서로 화해하는 힘도 필요하다.” 동독 마지막 총리 드 메지에르는 “눈물 없는 이별로 축하한다”고 연설했다. 사라지는 동독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바이체커 당시 대통령은 모든 독일인 이름으로 서약했다. “우리들은 우리 스스로 결정으로 독일 통일을 완수하고자 한다. 하나로 통합된 유럽에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독일 통일을 협상한 329일(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1989년 11월 9일부터 독일이 재통일한 1990년 10월 3일까지) 동안 수많은 편견과 걱정이 쏟아졌다. 통일 독일이 바이마르공화국 재판이 되지 않을까? 나치로 돌아가지 않을까? 독일은 주변국을 설득했다. “1949년부터 서독 정부는 일관되게 평화통일을 추구해왔다. 우리는 동맹국과 관계 내실화와 독-미의 긴밀하고 독특한 관계 유지에 한 번도 이견을 표시한 적이 없다.” 독일 사람들은 주변국 우려를 항상 염려한다.

서독은 평화와 자유를 유지하면서, 동맹국 신뢰를 얻고 분단 극복을 해야 하는 숙명적 과제가 있었다. 329일 통일 준비과정에서 수많은 주제가 논의됐다. 가장 큰 쟁점은 흡수 통일방안과 단계적 통일방안이었다. 격론 끝에 콜 총리의 집권당 통일방안이 채택됐다. 독일 기본법 제23조에 근거해 옛 동독 5개 주가 독일 연방에 편입됐다. 통일조약 서명자는 콜 서독 총리와 드메지어 동독 마지막 총리였다. 이들은 통일 후 통합된 기민당 총재와 부총재로 활동했다.

우리의 분단은 독일 분단과 다르다. 우리는 이웃에게 고통을 준 적이 없다. 우리는 우리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주변국과 함께 가야 평화가 더 오래 유지된다. 장벽이 무너지면 통일은 시작된다. 독일 통일이 남긴 교훈이다. 통일은 한 시대의 끝이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 이 둘은 동시에 일어난다. 우리는 사회 전 분야에서 준비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기다려야 한다. 분단인의 기본자세다.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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