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조례 제정에 착수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숙소를 제공받지 못하는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13일 오후 부산 연제구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교육센터에서는 ‘이주노동자 차별 대응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한 부산시의회 노기섭 의원은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를 위한 조례를 만들 것”이라며 “공장에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컨테이너 가건물 등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부산도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2017년 기준 부산지역의 이주민 수는 6만4115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노동자 수가 1만4901명(23.2%)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열악한 주거 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와인권연구소의 지난해 조사 결과 이주노동자 67.9%가 공장 내 부속건물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17.1%의 숙소가 가건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이인경 센터장은 “지난해 여름 찾아간 파키스탄 노동자들의 기숙사는 공장에 부속된 조립식 건물이었는데, 숙소 인근에서 하루종일 돌아가는 기계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환경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주민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주와인권연구소 이사강 연구위원은 “이주민을 외국인이나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아닌,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민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종차별 금지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일부 보수 개신교계에 의해 가로막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최근 한국 사회가 이주민·난민, 성 소수자 등 소수자를 향한 혐오표현이 심해지고 이들에 대한 차별이 강화되는 상황”이라며 “유엔의 지속적인 권고에도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한국 정부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진척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