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호황, 트럼프 재선가능성 커져
- 북한과의 외교 주력할 이유 없어
- 美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한 인물
- 북 핵실험 땐 어떤 대응할지 몰라
- 文, 북미정상 대화에 초점뒀지만
- 양측 간 물밑작업 돕는 역할 해야”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세기의 핵 담판’으로 불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1년을 맞았다. 하지만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비핵화 대화는 더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로 시한을 정하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고 밝힌 것은 다분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한 한미언론교류 프로그램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미국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는 “한반도 문제는 미국 대선에서 큰 이슈가 아니다”며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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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데니 로이 선임연구원 |
■북한문제 트럼프 재선에 영향 미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외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북한 문제가 미국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북한이 어떤 일을 하든 크게 상관없이 트럼프 대통령을 뽑을 사람은 뽑고 반대하는 사람은 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기 호황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외교에 주력할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한반도 문제는 미국 대선에서 큰 이슈가 아닌데, 북한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북한은 압박을 통해 미국이 양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미국은 그렇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작은 무기’로 의미를 축소한 것은 북한에 명확한 한계를 설정하지 않아 북한이 추가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럴 경우 미국이 북한이 예상한 것과 정반대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 대선과는 별개로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하면 아주 긴장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다. 이번에 미사일을 쏜 데 트럼프 대통령이 괜찮다고 했지만, 다음번에는 다를 수 있다”며 “북한은 이런 부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동서센터의 데니 로이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계속 압박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양보하면 미국 내 입지가 좋지 않다”며 “미국으로서는 (북한에) 추가 제안을 내놓지 않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배드 딜’보다 ‘노 딜’을 선택한 배경도 미국 내 트럼프 지지자와 연관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ICBM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을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어서 북한이 도발 조짐을 보이면 미국이 좀 더 누그러진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 대통령, 비핵화 대화 중재자로
북유럽 3개국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문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북미 간 비핵화 대화 진전 및 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새로운 구상을 담은 ‘오슬로선언’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노이 결렬 이후 북미 간 비핵화 대화에서 문 대통령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을 반전시킬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핀란드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대화의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고, 남북·북미 간 대화를 계속하기 위한 만남이 이뤄지고 있기에 조만간 남북·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다만,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기에 앞서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는 하노이 결렬까지 진행됐던 비핵화 대화가 ‘톱다운’ 방식에 의존했던 점을 들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하노이 실패 원인을 분석했는데, 워킹 레벨에서 충분히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준비가 안 됐고 양 정상이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미뤘던 점이 오히려 문제가 됐다”며 “문 대통령은 정상들이 이끄는 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은데, 한국이 북미 간 물밑작업을 돕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워싱턴DC=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