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모습을 감췄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사에 참석하며 건재를 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 군인가족예술소조의 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수행 간부에 그동안 대미 협상을 총괄해온 김영철 부위원장이 포함됐음을 알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최근 실각설이 나돌았던 김영철(흰색 원)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2일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대북소식통은 “김 부위원장이 지난 4월 하순 보름가량 중국을 방문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그의 위상이 하노이 회담 이전 만큼은 아니지만 일각의 관측처럼 문책을 당하거나 좌천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영철이 평소 당뇨 등 성인병을 앓았고, 종양이 발견되는 등 건강이 악화해 중국을 찾았다는 것이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과 같은 열의 왼편 다섯 번째 자리에 앉아 다른 부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북한의 이번 보도는 남쪽 일부 언론에서 나온 김영철 강제노역설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그동안 겸직했던 통일전선부장을 내려놓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 직후인 지난 4월 13일 이후 51일간 주요 정치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하노이 북미 협상 ‘노딜’에 대한 책임을 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 부위원장이 이번에 김 위원장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당 부위원장 중에서 종전과 달리 마지막에 호명됐다. 하지만 정치적이나 형사적 처벌을 받았다기보다 북미 회담 과정에서 비대해진 권한의 일부를 내려놓는 등 역할 조정 조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노이 회담 실패를 분석 평가하는 과정에서 통일전선부 중심으로 이뤄지던 대미 외교와 대남 업무를 분리하고 대남사업 총괄 성격의 당 부위원장과 실무 책임자인 통일전선부장도 따로 두기로 업무 조정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