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길 잃어… 이 짐은 우리 몫”
- 문 의장, 추도사에 그리움 담아
- 이 총리도 ‘바보 노무현’ 뜻 기려
- ‘원조 친노’로 활동했던 조경태
- 옛 동지들과 어색한 만남 눈길
- “盧통합 계승” 황교안 메시지 전달
참여정부에서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국회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사에서 ‘바보 노무현’이 시작하던 순간을 회상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0년 4월 제16대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부산 북강서을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면서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문 의장은 “‘승리니, 패배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뿐’이라는 19년 전 ‘바보 노무현’의 낙선 소감 앞에서 이분법에 사로잡힌 우리 정치는 한없이 초라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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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참배한 뒤 노 전 대통령 유족인 권양숙 여사와 건호 씨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문 의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추모사 곳곳에 애틋함과 그리움을 담았다. 그는 “우리는 지난 10년을 통해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결국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제 노무현의 그 꿈을 향해 다시 전진하겠다”며 “분명하게 기억하지 않는다면 두 번 잃는 것이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새로운 노무현’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대통령님은 뒤돌아보지 마시라. 부디 당신을 사랑한 사람과의 추억만 간직하고 평안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 존경했습니다”라고 외칠 때는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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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에게 자신이 그린 노 대통령 초상화를 선물하고 있다. 노무현재단 제공 |
또 여야의 극심한 대립으로 지난달 임시국회도 결국 빈손으로 막을 내린 데 대한 정치 개혁 의지도 다졌다. 문 의장은 “정치가 길을 잃어가고 있지만 하늘에서 지켜봐 달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것이다. 이 짐은 이제 남아있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추모사에서 “대통령님의 생애는 도전으로 점철됐다. 특히 지역주의를 비롯한 강고한 기성 질서에 우직하고 장렬하게 도전해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실 정도였다”며 “대통령님은 저희가 엄두내지 못했던 목표에 도전하셨고, 저희가 겪어보지 못했던 좌절을 감당하셨다. 그런 대통령님의 도전과 성취와 고난이 저희에게 기쁨과 자랑, 회한과 아픔이 됐다. 그것이 저희를 산맥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원조 친노(친노무현)’였던 한국당 조경태 최고위원과 친노 인사들의 어색한 만남이 눈길을 끌었다. 조 최고위원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뒤 새누리당(현 한국당)으로 당적을 바꿔 당선됐다. 이날 조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께서는 지역주의 타파와 권위주의 청산을 위해 평생 노력하셨고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몸소 실천하신 분이라며 우리가 뜻을 잘 받들어야 한다”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 입구에는 황 대표가 보낸 조화도 나란히 놓여 있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