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정당계 거센 반발 예고
- 20일 최고위서 충돌 불가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사퇴를 요구하는 바른정당계에 맞서 공석인 주요 당직에 측근 인사를 기용하며 정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손 대표의 인사권 행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당내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9일 오전 강원 원주시에서 열린 무위당 장일순 선생 25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제공

손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에 측근인 채이배, 임재훈 의원을 각각 지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정책위의장은 당의 최고위원 9명 중 한 명이고, 사무총장은 당의 조직 인력 예산을 총괄하는 요직이다. 바른정당계 오신환 의원이 원내대표로 뽑힌 상황에서 ‘손학규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손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퇴는 없다’고 공언한 만큼 손 대표가 당직 인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17일 오신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을 위해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서 (손 대표가) 용단을 내려달라는 것이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확인된 민심이고, 당심”이라며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손 대표의 인선 강행과는 별개로 ‘손학규 체제’가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 대표가 인사를 단행할 경우 총 9명이 참여하는 최고위원회의는 손 대표 측 4명(손학규 주승용 채이배 문병호), 바른정당계 4명(오신환 하태경 권은희 이준석)으로 양측의 팽팽한 구도가 그려진다. 남은 1명의 최고위원 김수민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이지만 패스트트랙 사보임(교체) 과정에서 현 체제에 반대해왔다. 바른미래당 당헌에 최고위원회 안건은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돼 있다. 오신환 원내대표가 김관영 전 원내대표의 뒤를 이으면서 손 대표 체제에 반대하는 최고의원이 오 원내대표를 포함해 하태경 권은희 이준석 김수민 의원으로 과반이 됐다. 변수가 없는 한 손 대표가 독자적으로 의결을 하기 어렵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바른미래당에 당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릴 수 있는 규정이나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손 대표가 당분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결국, 손 대표의 인선에 따라 양측의 정면충돌이 또다시 예고되는 셈이다.

당내 분위기가 강 대 강 대치 구도로 흐르면서 화합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줄어들고 있다. 애초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함께 19일 저녁에 회동을 하려 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