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단 180일·최장 330일
- 상임위·법사위 심사 거쳐
- 본회의 표결까지 첩첩산중

- 한국당 법사위장 시간끌기 변수
- 여야 합의 없는 졸속심사 부담
- 사개·정개특위 6월 말 활동 종료
- 특위 연장 유무로 충돌 가능성

- 2개의 공수처 법안 조율 놓고
- 민주-바른미래당 진통 우려
- 본회의 부의까지 의원 ‘변심’
- 6개월간 정치지형 유지 미지수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연대한 선거제·공수처 설치 등 관련 법안이 패키지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되면서 자유한국당과 ‘330일간의 입법 전쟁’이 시작됐다. 패스트트랙 법안의 통과 여부는 내년 21대 총선 판도와 직결된다. 여야 4당과 한국당의 목숨 줄이 달린 셈이다. 조속한 처리와 저지를 위한 여야 4당과 한국당이 ‘엔드 게임(최종전)’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왼쪽 세 번째) 정책위의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여야 4당 ‘조속한 처리’ vs 한국당 ‘지연 작전’

패스트트랙 법안의 처리 기간은 최장 330일이다. 국회법 85조2항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원회 심사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90일, 본회의 부의 후 상정까지 60일의 기간을 거치게 된다. 330일을 모두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4월 15일 총선이 임박해서야 본회의에 올라간다.

선거구 획정 등 선거 준비가 시간에 쫓기게 되는 만큼 이 경우 선거제 개편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거제 개편이 불발되면 공수처 설치법 역시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여야 4당은 심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여야 4당은 최대 180일까지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제 개편을 다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공수처 설치법을 심사할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인 민주당 이상민 의원 모두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국당이 여야 4당의 심사 속도전에 맞서 국회법 57조2항에 규정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도 180일 내 처리는 가능하다는 것이 여야 4당의 판단이다. 안건조정위원회는 구성일로부터 90일간 활동하게 돼 있다. 여야 4당이 속도를 높이더라도 상임위(특위) 심사 기간은 최소 90일 보장된다. 그 이후 밟게 되는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기간 90일은 법사위원장이 한국당 여상규 의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단축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이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하자마자 상정한다면 60일 전부를 단축할 수 있다. 결국, 여야 4당이 한국당의 협조 없이 최대한 속도를 낸다면 특위 심사 90일, 법사위 심사 90일 등 180일만 거치는 것으로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졸속 심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특위 활동 시한 연장 유무도 변수다. 사개특위와 정개특위의 활동 시한은 오는 6월 말까지다. 연장하지 않으면 선거제 개혁안은 행정안전위원회로,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은 법사위로 각각 넘어가게 된다. 행안위는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위원장이지만, 법사위원장은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어서 심사 기간 단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부 조율도 관건

여야 4당이 심사 과정에서 접점 찾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난항 끝에 올린 공수처 법안 2개의 단일안을 찾는 것이 과제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 발의 법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발의 법안은 수사 대상과 제한적 기소권 등 큰 틀에서 내용이 비슷하지만 기소심의위원회 설치 여부, 공수처장 임명 방식 등이 달라 조율이 필요하다. 기소심의위는 20대 이상 시민 7~9명이 참여해 판검사의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혁안의 경우 의원 개개인의 ‘밥그릇’이 걸린 사항이다. 패스트트랙을 함께 추진한 여야 4당 의원 중에서도 ‘변심’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패스트트랙 절차가 속도를 내도 최소 6개월이 걸리는 만큼 그사이 정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최소 6개월 이상, 최장 330일이 걸리는데 그때도 합의 처리한 4당이 그대로 존속해 있을까? 본회의 부의 무렵에는 정치 지형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소속 정당이 달라질 수도 있는 의원들이 과거 소속 당에서 한 결정을 번복하는데 무슨 큰 부담을 가지겠느냐”고 분석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