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 목록 신고·핵사찰 수반돼야
- 북미 간 교착 국면 대화로 전환

평양 남북 정상회담(18~20일)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을 이끌어낼지 여부다.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방향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론이 나올 경우 오랜 시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는 ‘연내 종전선언’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지난 5일 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및 공동 번영을 위한 문제,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비핵화 논의에 우리 측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시사했다.

즉,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선후문제를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는 북미가 각각 받아들일 수준에서 중재안을 문 대통령이 제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북 특사단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2021년 1월까지) 안에 비핵화를 하자는 ‘시간표’와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약화는 종전선언과 무관하다는 언급을 받아낸 상황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계획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도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 첫 단추가 핵시설 핵물질 핵탄두 등의 목록을 담은 핵 신고 여부이며, 그 신고 내용을 검증하기 위한 핵사찰까지도 수반돼야 한다. 이 때문에 핵 목록 신고와 관련해서 북한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처음에 ‘핵 신고 약속→종전선언→북한의 핵 신고 이행’으로 이어지는 주고받기식 방안을 추진했으나 북미 간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자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의 가동 중단 또는 불능화’와 종전선언을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