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효과’ 유권자 최대 10만 차
- 2014년 선거 1·2위 19만 표차
- 당락에 큰 영향 미칠 변수될 듯
- 市 선관위, 관련 법 개정 촉구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이름을 나열하는 순서가 달라지는 ‘교호 순번제(순환배열 방식)’를 개선하지 않는 한 ‘로또 선거’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조차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할 정도다. 국회나 교육부가 다음 선거에 대비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교육감 선거 ‘교호 순번제’ 투표용지.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제공

국제신문이 6일 교호 순번제와 관련해 부산시교육감 후보와 선거구별 유권자를 전수조사한 결과 후보자 간 ‘왼쪽 효과’를 보는 선거구의 유권자 수가 최대 10만 명이나 차이가 났다. 2014년 선거에서 1위와 2위의 표 차가 19만 표인 점을 고려하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교육감 선거는 2014년 선거부터 기호·정당명이 투표용지에서 빠진 채 선거구별로 후보자 이름을 배열하는 순서가 바뀌는 ‘교호 순번제’를 채택하고 있다. 교육감 투표용지는 기호와 정당명이 들어가는 단체장과 의원 선거의 투표용지와는 다르다. 후보자의 이름이 위에서 아래가 아닌 세로쓰기 형태의 수평으로 나열된다. 맨 위쪽을 1번이라고 인식해 특정 정당이라고 오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유권자들은 대개 1번 후보를 찍는 성향이 있는데, 이로 인해 첫 번째에 이름을 올린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이 큰 ‘로또 선거’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름 배열은 기초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순서가 바뀐다. 가령 중구 가 선거구의 투표용지가 ‘a-b-c-d’ 후보 순이라면, 중구 나 선거구의 경우 ‘b-c-d-a’ 식이다. 부산은 중구 가 선거구를 시작으로 순환이 시작된다. 왼쪽이 ‘a’가 되는 셈이다. 순서는 추첨을 통해 정한다. 이번 선거의 순서는 함진홍 박효석 김성진 김석준 후보 순으로 정했다. 벽보도 똑같이 순환 배열돼 붙는다. 보통 글을 읽는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므로 왼쪽에 있는 후보가 1번인 것처럼 여겨지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부산의 기초의원 선거구 수는 67개인데 교육감 후보는 4명이라는 점이다. 4명의 후보 모두가 유권자 수를 고려한 선거구를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지 못한다. 본지가 ‘왼쪽 효과’를 보는 선거구 유권자 수와 후보를 비교했더니 최대 10만 명이 차이가 났다. 김성진 후보가 왼쪽에 이름이 있는 용지를 78만3659명의 유권자가 받는다. 반면 박효석 후보는 68만1216명에 그친다. 함진홍 후보는 71만8018명, 김석준 후보는 75만6153명이다.

후보자 4명에 67개의 선거구가 있어 한 명의 후보는 ‘왼쪽 효과’를 누리는 선거구가 다른 후보보다 적다. 함진홍 박효석 김성진 후보는 모두 17개 선거구에서 왼쪽에 이름이 오르지만 유일하게 김석준 후보만 16개 선거구에서 왼쪽에 이름을 올린다.

김석준 후보는 기장군 선거구에서 ‘왼쪽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기장군 정관읍에는 신도시가 들어서 젊은 유권자가 급증해 모든 후보가 탐내는 선거구다. 기장군 다 선거구에 속하는 정관읍의 선거인 수만 5만7318명이다. 정관읍에서 ‘왼쪽 효과’를 누리게 된 김성진 후보 측은 “운 좋게 유권자가 많은 지역구에서 가장 왼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유권자가 많은 만큼 당선 가능성도 조금은 높지 않을까” 하며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문제가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시 선관위 관계자는 “교육감 선거의 경우 공직선거법이 아닌 지방교육자치법을 준용한다. 선거 규정이 문제라고 인식돼도 선관위 측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교육감 선거에 문제가 있다면 교육부가 법률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

◇ 김성진 부산시교육감 후보 ‘왼쪽 효과’ 선거구별 유권자 수 (단위:명) 　　　　　  지역선거구  선거구역 유권자 수 적은 곳 1~3위 부산진구 가 선거구 부전1동, 연지동 2만9817 수영구 다 선거구 망미1·2동 3만4122 연제구 다 선거구 연산1·3·6동 3만6179 많은 곳 1~3위 사하구 나 선거구 당리동, 하단1·2동 6만6978 기장군 다 선거구 정관읍 5만7311 금정구 가 선거구 서1~3동, 금사동, 부곡1·4동 5만7088

◇ 박효석 부산시교육감 후보 ‘왼쪽 효과’ 선거구별 유권자 수 (단위:명) 　　　　　  지역선거구  선거구역 유권자 수 적은 곳 1~3위 중구 나 선거구 동광동, 보수동, 부평동, 광복동, 남포동 1만9954 해운대구 마 선거구 반여2·3동 2만1567 기장군 나 선거구 장안읍, 일광면, 철마면 2만3692 많은 곳 1~3위 동래구 라 선거구 안락1·2동, 명장1·2동 6만4709 사하구 마 선거구 다대 제1·2동 5만9693 금정구 라 선거구 남산동, 구서 제2동 5만7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