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취소하면서 판문점선언에 기반을 둔 남북관계 개선에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말까지 완전히 단절됐던 남북관계는 4·27 남북 정상회담으로 급격히 정상 궤도로 돌아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밤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남북 관계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우선 판문점선언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회담의 전망부터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북한이 한미 공중연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 등을 문제 삼으며 지난 16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이후 남북관계는 잠시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훈련 종료 이후에는 고위급회담 등 남북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한 남측 기자단의 방북이 전격적으로 허용되면서 이미 남북 간 대화 재개를 위한 물밑조율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라는 돌발 변수로 남북 대화 재개 시점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이 남측의 중재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은 남쪽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여기에다 북한 역시 당분간은 남북 대화 재개보다는 대미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달 중 예정했던 장성급 회담, 6·15 남북 공동행사 등 판문점선언에 적시된 합의 중 일부는 이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최대의 압박’에 치중하는 쪽으로 돌아서면 정부가 비정치적인 분야에서라도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해나갈 여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박태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