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崔 발언도 개인차원 반발 규정
- 기싸움 접고 사태수습 나선 듯

북한이 전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치른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취소하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허를 찔린 셈이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 발표 8시간30분 만인 25일 7시30분께 발표된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서 미국에 대한 비난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유연한 입장을 보이며 대화를 지속하자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무성 관계자들을 앞세워 회담 재검토를 언급하고 비난을 쏟아내면서 치열한 기싸움을 하다가 정작 미국이 회담을 전격적으로 취소하자 서둘러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더욱이 김계관 제1부상이 이날 담화를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은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시종일관 ‘대통령’이라고 깍듯이 대접하고 치켜세우기도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마음을 돌려보겠다는 듯한 자세로 일관했다.

오히려 전날 최선희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향해 험담하며 정상회담 재검토를 언급한 데 대해 “사실 조미 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았다”며 개인 차원의 반발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 북한 내부적으로 김계관 제1부상의 첫 회담 재검토 발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최 부상의 비난 담화까지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를 가져온 데 대해 전략적 판단 착오를 인정하고 대응 조치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미래를 위해 북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북한 내부의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기존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 집중’으로 노선 전환을 선언하고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대장정에 나섰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체제 전환에 성공한 나라들의 첫걸음이 미국과 관계 개선이었던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미국에 대한 불신도 깊어 북미 관계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