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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시민 힘으로 <12> 일본 후쿠오카 광역연합체

17개 도시 물·소방문제 공생… 친목 아닌 현안 해결기구

  • 국제신문
  • 후쿠오카=이준영 기자
  •  |  입력 : 2018-04-10 19:05:22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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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급속한 도시성장에
- 주변도시끼리 얽힌 문제 늘어나
- 종합적 행정체계 필요성 대두

- 상근직 5명·도시별 회비로 운영
- 절수형 도시·소방체계 일원화 등
- 17곳 시·정 공통의 문제에 집중

- 도시 모두 위한 협의체인 만큼
- 반대 없는 만장일치 의제 선정
- 각 도시 연대감 갖고 서로 도와

일본은 종전 이후부터 일찌감치 지방분권의 길을 걸었다. 2000년 지방분권일괄법을 제정한 뒤 2004년대 이른바 ‘삼위일체(국고보조금 개혁, 세원 이양, 지방교부세 삭감) 개혁과 2006년 자치입법권 확대를 골자로 한 지방분권개혁추진법이 통과되면서 좀 더 강력한 지방분권 시대를 열었다.

지방분권의 나라 일본에는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 있다. 지방정부별 연합체가 많다는 점이다. 2010년을 기준으로 일본 전역에 115개의 광역연합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행정체계가 정부와 지자체 간 수직적 구조라면, 일본은 지방정부 간 수평적 연합 구조 중심으로 운영된다. 일본 내 도시별로 형성된 광역연합은 우리나라 지자체 협의체처럼 느슨한 친목모임이 아닌 강력한 법적기구다. 인근 도시들이 겪는 공통의 문제를 머리를 맞대 푼다. 광역연합을 통해 인접지역 간 갈등을 해소하고, 필요하면 도움을 주고받는 형태로 자치분권이 진행되는 것이다. 일본 규슈지역 후쿠오카현에 위치한 17개 도시들도 광역연합체를 구성해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11월 일본 후쿠오카시청에서 열린 후쿠오카 도시권 광역행정 추진협의회 총회 장면. 후쿠오카시 제공
■공생의 길을 찾는 일본 지자체들

후쿠오카시를 비롯한 인근 17개의 시(市)·정(町)들은 ‘후쿠오카 도시권 광역행정 추진협의회(추진협의회)’라는 조직을 통해 공생을 도모한다. 9개시(후쿠오카시, 치쿠시노시, 카스가시, 오노조시, 다자이후시, 코가시, 무나카타시, 후쿠츠시, 이토시마시)와 8개의 정(우미정, 사사구리정, 시메정, 수에정, 신구정, 히사야마정, 카스야정, 나카가와정)으로 구성된다.

추진협의회는 1959년 공업개발 촉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후쿠오카 경제블록회의’가 모태다. 1977년 당시 후쿠오카시를 중심으로 경제성장에 따른 인구 증가가 이뤄지면서 물 교통 쓰레기 도로 방재 구급의료 등 후쿠오카시 주변 도시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도 급증했다. 이를 해결할 종합적인 행정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돼 광역행정 협의체가 만들어졌고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후쿠오카 시장이 추진협의회장인 이 조직은, 협의회 아래 간사회와 사무국이 있으며 별도로 1991년 ‘후쿠오카 도시권 종합 물 대책 연구회’를 뒀다. 사무실은 후쿠오카시청 내에 있으며 사무국장 등 5명의 상근직을 두고 있다. 17개 시·정마다 인구 비례에 따라 내는 회비(연 640만 엔)로 운영된다.
의제는 치열한 논의 끝에 결정된다. 17개 시·정에 속한 협의회 실무자들이 추진협의회 회의에서 공통의 행정 과제들을 조사·연구한다. 회의는 위원의 절반 이상이 참석해야 열 수 있다. 이곳에서 해결이 필요한 사안이 정해지면 간사회에 건의하게 된다. 간사회는 연 3회 열리는 회의에서 안건을 논의하고, 모든 도시가 참여한 정기총회에서 이를 의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추진협의회를 담당하는 후쿠오카시 총무기획국 다치바나 에미 기획계장은 “만약 어느 도시가 안건에 끝까지 반대한다면 협의회 사안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며 “협의회는 도시 모두를 위한 것인 만큼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무슨 일을 하나

   

추진협의회는 소속된 시·정이 공통으로 떠안고 있는 문제에 집중한다.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물 문제다. 후쿠오카 도시권에 이렇다 할 하천이 없어 가뭄이 들면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1978년과 1994년에 큰 가뭄이 발생하면서 각 도시들이 물을 구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 최근에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물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후쿠오카지구 수도기업’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과 같은 기구다. 수도기업은 인근 강에서 물을 끌어오는 등 물과 관련된 정책을 진행한다. 1991년 각 도시권의 수도 담당자들이 참여해 결성한 ‘후쿠오카 도시권 종합 물 대책연구회’는 물에 관한 구체적인 대책수립을 위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한다. 현재 각 도시의 수도 상황이 어떠한지, 어떤 과제들을 추진하는 것이 좋을지 등을 논의한다. 수자원 개발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일도 연구회의 몫이다.

최근에는 절수형도시 조성을 함께 추진 중이다.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물을 아껴 쓰자는 취지로 주민들에게 각종 캠페인을 벌이는 등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다치바나 에미 기획계장은 “물 문제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다. 최근에는 고키야마 댐을 건설했다”며 “연구회는 이 댐 건설에 드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근거와 명분을 만들고, 수도기업은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역할을 맡았다. 각 기구들이 함께 노력해서 성과를 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후쿠오카 광역권의 핵심 사업은 소방시스템을 일원화하는 일이다. 지난해 11월부터 통일된 소방통신지령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예전까지 도시마다 소방 업무가 각각 다르게 움직였다면 이제는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하나의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광역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17개 시·정에 7개의 권역으로 나뉜 소방본부는 앞으로 모두 같은 소방시스템을 따르게 된다. 현재 5개의 소방본부가 통일된 시스템 정비 구축을 마쳤으며, 2개 소방본부도 올해 안에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추진협의회 측은“각각의 도시가 연대감을 갖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후쿠오카=이준영 기자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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