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임명과 관련해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 기관의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놓고 청와대와 여야 정당들이 난타전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9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과 양승동 KBS 사장 임명을 규탄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용우 기자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에 밀리면 ‘선거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김 원장을 엄호하는 반면 야당들은 ‘김기식 파문’이 민주당·정부·청와대의 균열 지점으로 보고 연일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원장은 정책비서를 데리고 정책 문제로 외유를 다녀왔다고 했지만 인턴 여비서와 함께 미국 워싱턴,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를 돌아다니는 ‘황제 외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국민의 이름으로 검찰 수사가 이뤄지도록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이 2015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미국·유럽 출장에 동행했던 인물은 정책비서가 아니라 당시 20대의 여성 인턴 직원이었다는 주장도 이날 제기됐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원장은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은 김 원장을 당장 해임하고 검찰은 김 원장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김 원장의 외유가 관행이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가져다 쓴 것도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여당은 한국당 소속 최경환, 강효상 의원도 피감 기관의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맞불을 놓았고, 청와대는 김 원장 관련 의혹에 정면 대응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6~9일 김 원장 의혹에 관해 확인한 결과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지만 당시 관행이나 유사한 사례들을 봤을 때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결함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태경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