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50년간 北 배경 분석 전무
- 언론·지도층 등도 제대로 몰라
- 그동안 북한은 생존법 터득”

- 좌담 나선 김동춘·박형준 교수
- “北에 대한 미국 태도는 무관심
- 트럼프 달러 패권 핵 위기 조장”

“1945년 이래 미국은 북한 정권이 교체되거나 붕괴할 거라고 예견했지만 이는 심각한 전략적 오판이었습니다.”

	2일 부산 서구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에서 한반도 전문가이자 한국 근현대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 오른쪽)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특강을 마치고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 동아대 박형준 교수, 부산대 김성국 명예교수, 동아대 손석주 교수.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2일 오후 부산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한국 근현대사 연구 분야의 석학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석좌교수 초청 특강이 열렸다. ‘제국의 기억상실증(Imperial Amnesia)’ 주제로 마련된 이 날 강연에서 커밍스 교수는 3대를 이어 세습된 북한 정권과 핵 위협을 두고 이 같은 진단을 내렸다.

커밍스 교수는 미국의 일반 시민과 주류 언론, 정치·사회적 지도층이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보다 ‘더 큰 버튼’을 가졌다는 점을 과시하고, 언론은 지난 50년간 북한이 지닌 배경을 분석한 적이 없다. 학생들은 미국이 북한에 공습을 가한 적이 있다는 말에 놀란다”고 말했다.

그는 1957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승인에 따라 이듬해부터 우리나라에 핵무기가 배치된 이후 과정을 ‘대참사’로 표현했다. 커밍스 교수는 “1960년대 중반까지도 전쟁 초기에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게 통상적 계획이었다”며 “비무장지대 인근에 배치된 27㎏ 핵지뢰(ADM)의 폭발력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과 화력이 같았다”고 설명했다. 2000년 북한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면서 ‘대참사’는 회복의 기회를 맞지만,그해 조지 부시 대통령 당선으로 성립 직전까지 갔던 ‘미사일 협정’은 깨졌다. 커밍스 교수는 “이후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지만, 북한은 생존과 권력 유지의 방법을 터득해 지금까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특강 이후 이뤄진 대담에서 성공회대 김동춘(사회학과) 교수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무지’보다는 ‘무관심’에 가깝다. 이는 일반적인 제국의 특성”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오히려 달러 패권과 막대한 국가부채의 탈출구로 북한 핵위기를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지를 질타하는 것이 현재의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이 보기에는 미국이라는 제국의 패권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한반도가 다시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도 북한에 대한 무지나 패권국에 동조적인 시각이 위기를 키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동아대 박형준(국제전문대학원 국제학과) 교수 또한 “지금의 북한 문제는 미국이 북한을 잘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항일 유격전, 한반도 핵무기 배치 등 과정에서 코너에 몰렸을 북한의 입장이 굉장히 강조돼 있다”며 “하지만 이는 북한 체제 정당화나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악용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국과 북한 모두 일정한 ‘오판’을 저지르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오판을 저지하는 것이 중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미국의 전략적 이해는 북한뿐 아니라 세계 전략의 일부로 기능하는 만큼 북한의 내재적 사정과는 무관하게 작용될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크다”고 덧붙였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