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14일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방안 브리핑에서 “31년 전 오늘 22살 청년 박종철이 물고문을 받고 죽임을 당했다”는 말로 운을 뗐다. 조 수석은 “당시 박종철은 영장 없이 불법 체포돼 대공분실로 끌려가 수배된 선배의 소재지를 대라는 추궁과 함께 물고문을 받고 숨졌다. 검경·안기부가 합심해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 영화 ‘1987’처럼 최환 검사 개인은 진실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검찰 전체는 그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 배경과 관련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시작해 이한열 열사 사망, 백남기 농민 사망,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어오면서 그 원인에는 “검경 권력기관의 잘못이 있었음이 드러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화 시대 이후에도 권력기관은 조직의 편의에 따라 국민의 반대편에 서 왔고, 이들 권력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국정 농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촛불혁명에 따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런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의 정신에 따라 권력기관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그간 개별적으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이 발표됐지만 지엽적인 설명에 그쳐 권력기구 재편 전반을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했고, 권력구조 개편안이 청와대의 일방적인 제안이 아니라 오랜 시간 정치권·시민사회의 논의를 거쳐 대통령 대선공약과 국정 과제에서 제시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검찰 개혁위·국정원 개혁발전위 등이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개혁안을 내놓았고, 이를 대폭 수용해 만든 방안이라는 것이다.

조 수석은 “개혁 방안을 이뤄낼 근본적인 힘은 국민에 있다. 국민의 지속적인 지지와 관심이 있어야만 권력기관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하는 등 퇴행적 행태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국회가 동의해야 권력기관 개혁이 이뤄진다. 최근 사개특위 논의를 존중하고 경청하겠다. 이제부터는 국회의 시간으로, 국회 결단으로 대한민국의 기틀을 바로잡을 때로 기억되길 소망한다”고 말하며 국회의 협조를 촉구했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