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일간 미사일 성능 향상 드러나
- 美 세컨더리보이콧 본격화 가능성
- 대화 모색 정부 입지 다시 좁아져
- 평화 동계올림픽 구상도 시련 봉착

북한이 29일 새벽 75일간의 침묵을 깨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재개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미국과 북한의 강 대 강 대치가 재연되면서 대화를 모색해온 우리 정부의 입지가 또다시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오전 6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소집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날 북한의 도발은 물밑에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던 관련국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70여 일간 도발하지 않자 국면 전환을 위한 전략적 행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하지만 북한이 또다시 기습 도발을 재개하면서 다음 단계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기술적 준비였다는 관측에 무게를 싣게 됐다.

우선 미국의 강경 대응은 예정된 수순일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보고받은 뒤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가 다뤄야 할 상황이다.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미사일 발사로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바뀌느냐는 질문에 “바뀌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최고의 경제·외교적 압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특사의 방북 직후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쓴 미국은 이번 발사를 계기로 제재·압박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이 유엔 안보리 소집을 즉각 요청한 가운데, 미국은 안보리에서 대북 유류 공급에 추가적인 제약을 가하는 등 고강도 추가 제재 결의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러시아와의 이견으로 고강도 안보리 제재 도출이 여의치 않으면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중국 등 제3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본격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달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잦아들었던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 대북 제재 움직임에 북한은 추가 도발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의 완성을 위해 북한이 막판 스퍼트를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도발에 대해 “태평양상 실거리 발사를 위한 기술 확인 또는 사전점검일 가능성이 있다. 기술적인 문제만 완벽하다는 자신이 있다면 올해 안에 (추가적인) 발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북한의 도발 중단 국면을 활용해 내년 2∼3월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국면 전환의 중대한 계기로 만들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도 시련에 봉착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시기를 저울질하며 최소한의 남북 대화 채널 복원을 모색해온 정부의 노력은 당분간 힘을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향후 행보, 북미 간 물밑 소통 결과에 따라 전격적인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북한이 예상보다 빨리 ‘핵 개발 완성’을 선언하며 내년 일정 시점부터 평창올림픽 참가, 대남 대화 제의 등 유화 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더불어 미국 내에서 북한이 ICBM 기술을 완전하게 확보하기 전 핵·미사일 실험 동결이라도 시켜야 한다는 ‘현실론’에 힘이 실릴 경우 이른바 ‘핵 동결’을 1차적인 목표로 한 북미 대화 모색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