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사진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공작을 지휘한 혐의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정책실장이 줄줄이 석방됐다. 속도가 나던 검찰의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적부심사에 출석했다. 이날 형사합의51부(신광렬 수석부장판사)는 임 전 실장에게 보증금 1000만 원 납입을 조건으로 석방을 허가했다. 앞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도 지난 22일 같은 재판부의 구속적부심에서 석방 결정을 받았다.

이날 전 실장은 “상급자도 풀려났는데, 나도 풀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심사를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정책실장은 11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에 의해 군형법상 정치관여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방부 지휘라인의 가장 윗선에 있던 두 사람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사이버사 증원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태효 당시 대외전략비서관을 거쳐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수사망이 좁혀질 것으로 예상됐다. 법조계 안팎에서 임 전 실장의 적부심 결과가 군 사이버사 정치 공작 사건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이 풀려나면서 검찰은 새로운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때와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는 점도 검찰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영장실질심사에서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구속적부심 재판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김 전 장관을 풀어줬다.

특히 재판부는 사이버사령부가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한 문건 위에 남아있는 ‘V(체크 표시)’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상당 부분 김 전 장관의 의견을 수용했다.

김 전 장관가 남긴 이 체크가 그저 봤다는 의미인 건지, 승인했다는 의미인건지 이를 두고 논란이 가중됐는데, 김 전 장관은 측은 “수많은 문건을 보고 받다 보니, 그저 봤다는 의미로 체크한 것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도 ‘V’ 표시를 한 것이 단지 ‘봤다’는 의미일 뿐 댓글 공작을 승인한 것은 아니며, 군인이 아닌 공무원 신분이므로 군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김 전 장관 측의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이다. 임 전 실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일부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석방을 결정했다.

앞으로 검찰은 재판부의 달라진 판단에 맞춰 수사의 로드맵을 다시 짜고, 기존 혐의의 증거 관계를 다지는 노력을 병행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한편 앞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2012년 선거를 대비해 친정부 성향 군무원을 확충하고 2012년 4월 총선 관여 활동에 대해 보고받고 지시한 사실 등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륜 기자

	임관빈 전 국방정책실장. 연합뉴스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