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호남 버리면 영남 오나”

- 국민의당 호남세력도 반기 들어

- 시도당위원장 12명은 사퇴

- 안철수 측 통합론에 힘 실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중도보수 통합 논의가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바른정당 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파는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을 ‘야합’이라고 몰아세웠다. 국민의당 호남 세력도 안철수 대표가 주도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반발했다. ‘안철수-유승민 연합론’의 부상으로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을 통한 활로 모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내부 반발을 뚫고 중도보수 통합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  보수통합파 ‘위기감’

바른정당 내 한국당과의 통합파 의원들은  20일 자강파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과의 통합 움직임에 대해 “야합”이라고 맹비난했다.

바른정당 김용태·황영철·이종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바른정당 ‘보수대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에 참석해 바른정당-국민의당 통합 논의에 강력한 견제구를 던졌다. 김용태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는 문재인 정부 포퓰리즘에 대한 (당의) 입장 없이 (논의를) 한다면 그야말로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황영철 의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수 대통합이라는 큰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하나로 모여야 하는 점이다.한국당이 보수 대통합을 위한 어려운 결단, 쇄신, 혁신 조치를 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아주 극히 일부가 보수 재건 노력을 막고 저항하고 있다”고 당내 자강파를 겨냥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 내 자강파의 대변인 격인 하태경 의원은 “한국당에 다시 들어가겠다는 사람들이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에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자신들의 행위가 명분이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통합파의 강경 대응은 내부 결속용이다. 애초 청산 대상인 한국당과의 통합은 명분이 없다 보니 자기들끼리 분란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당에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호남세력 ‘부글부글’

호남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 비안철수계도 안 대표가 속도를 내는 ‘중도 통합론’에 반기를 들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라고 명명한 뒤 “왜 갑자기 국민의당을 넘보실까요”라며 “바른정당 당 대표 당선이 확실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바른정당) 통합파는 한국당으로 입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는 안 대표를 향해서도 “(바른정당에서) 몇 의원이 오겠느냐.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호남을 버리면 영남이 오겠느냐.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교동계인 최경환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당장 어렵다고 지지 기반을 등지고 당의 강령을 부인하면 일시적으로 힘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본질적인 암초를 만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안 대표 측은 연일 통합론을 띄우는 모양새다.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바른정당과 통합하려면 오는 12월 말까지 통합 선언을 한 뒤 내년 1~2월 시도당 개편대회와 통합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통합 로드맵을 밝혔다. 그는 또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30명가량이 바른정당과의 연대나 통합에 찬성한다는 접촉 결과도 전했다. 15명의 시도당위원장 중 12명도 당 개혁을 위해 위원장직에서 총사퇴하자는 제2창당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부산 배준현, 경남 강학도, 서울 정호준 위원장 등 3명은 사퇴를 거부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