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군 중심 재래식 전력 고수 탈피

- 해·공군 첨단무기 중심체제 전환 

- 해군 출신 장관 발탁부터 변화 예견 

- 중장급 이하 인사도 기수 파괴 예고

문재인 정부가 8일 단행한 첫 군 수뇌부 인사는 육군 중심의 전력 구조를 해·공군의 첨단 무기체계로 바꾸겠다는 국정 기조가 투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육군 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함참의장에 공군 출신 정경두 공군 참모총장을 내정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한 배경이다. 공군 출신이 합참의장에  내정된 것은 23년 만이다. 이를 두고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해·공군 중심의 첨단 전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중심의 비대칭 전력 강화에도 우리 군은 육군 중심의 재래식 전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우리 군의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 ‘3축 체계’에서도 해·공군이 육군 못지않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전투기, 고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HUAV), 패트리엇(PAC-2·PAC-3) 요격미사일,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L-SAM), 조기경보레이더, 이지스함 등 3축 체계의 핵심 자산이 해·공군의 무기체계다. 

이는 해군 출신 송영무(68·해사 27기) 국방부 장관이 발탁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송 장관은 후보자 시절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남침할 경우 방어에 집중하고 미 증원전력이 한반도에 전개되면 반격하는 기존 지상군 중심 작전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송 장관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군 출신 국방부 장관과 공군 출신 합참의장의 ‘투톱’ 체제로 육군 중심에서 해·공군 중심의 첨단전력화가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번 인사에서 육군 참모총장에 대장이 아닌 중장을 진급시켜 임명한 것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육사 39기인 김용우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이 기용됐는데, 육사 37기와 38기를 건너뜀에 따라 선배 기수인 육사 37·38기는 물론이고 동기 기수인 39기까지 군복을 벗게 됐다. 육사 37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동기로, 군 수뇌부 인사 때마다 주목받았다.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 사건으로 형사입건된 박찬주 사령관은 ‘정책연수’ 발령으로 현역 신분을 유지한 채 계속 군 검찰 수사를 받는다. 박 사령관 역시 육사 37기 이다.

다만, 정부는 육군의 기득권 허물기에 따른 반발을 어느 정도 고려해 애초 육군 참모총장에 비육사 출신을 앉힐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깨고 육군의 주력을 이루는 육사 출신 총장을 통해 육군 조직의 안정을 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육사 출신의 박탈감을 잠재우는 동시에 국방개혁의 모양새를 갖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3명의 군사령관 가운데 비육사 출신이 2명 임명된 점이 주목된다. 그동안 비육사 출신은 많아야 1명 정도였다. 이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끝나고 단행할 중장급 이하 후속 인사에서도 비육사 출신이 약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프로필

▶정경두 합참의장

▷경남 진주(57) ▷ 진주 대아고, 공사 30기  ▷제1전투비행단장, 공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 공군 남부전투사령관, 공군 참모차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공군 참모총장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

▷전남 장성(56) ▷광주제일고, 육사 39기 ▷합참 민군작전부장, 합참 신연합방위추진단장, 1군단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이왕근 공군 참모총장

▷충남 대전(56) ▷충남고, 공사 31기 ▷제5공중기동비행단장, 공군본부 정책실장·정보화기획실장·정보작전지원참모부장, 공군교육사령관, 공군작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

손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