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에서 문화·예술계를 상대로 한 ‘블랙리스트’를 작성, 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법원의 판결을 받는다.

국정농단 재판이 수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유무죄 판단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10분부터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를 비롯, 청와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의 선고 공판을 연다.

핵심 쟁점은 이들이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거나 야당 정치인을 지지한 문화·예술인과 단체의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는지, 만약 사실이라면 이 같은 행위가 범죄가 될 수 있는지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김 전 실장은 재판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든 일도 본 일도 없다”면서도 ‘차별적 지원’ 자체에는 문제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김 전 실장 측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을 거치며 좌파 진보세력에 편향된 정부 지원을 균형 있게 집행하려는 정책, 즉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은 직권남용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또한 “내가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는 말은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과 집행을 두고 “네 편 내 편으로 나눠 나라를 분열시키려 했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았다”고 비판하면서 전원 실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윤선 전 장관에게는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부의 판결은 향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매우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 측 증인으로 소환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