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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증세 없다는데…3조8000억 부자증세로는 역부족

재정수요 못 미치는 증세안

  •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
  •  |   입력 : 2017-07-23 21:04:17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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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슈퍼리치 한정” 불구
- 필요한 추가재정 178조인데
- 증세 세수는 턱없이 적어
- “부자증세로 출발한 역대 정부
- 종착지는 항상 서민증세” 우려

증세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부자 증세’로 불리는 ‘슈퍼리치 증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증세 논란이 부자 증세로 마무리될 가능성은 작다.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증세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가시지 않고 있다. 재정 수요가 부자 증세로 채울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 문 대통령 “서민 증세 없다”

청와대와 여당은 증세론이 상위 0.08%인 슈퍼리치에게 한정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슈퍼리치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세금을 통한 소득 재분배를 강조하고 있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분배에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는 이번 토론으로 방향이 잡혔다”면서도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는 증세가 전혀 없다”며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다. 중산층, 서민, 중소기업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증세 논의가 본격화되면 언제든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증세 논의에 대해 기업 경쟁력 약화나 투자 위축을 내세우면서 부정적인 반응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세금의 형평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부자 증세 논의가 서민 증세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세제 개편안도 고소득자에게 더 걷고, 저소득자에게 덜 걷는 구조로 개편이 추진됐지만, 결과적으로 서민층의 부담이 커져 논란이 거셌다. 서민층의 부담이 늘어나는 개편안에 대해 당시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세금을 걷는 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조세 저항에 직면하기도 했다.

■ “부자 증세만으로 턱없이 부족”

현재 증세와 관련해 소득세와 법인세율 인상 방안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 당시 “기획재정부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 방향을) 충분히 반영해 (증세)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여당도 기다렸다는 듯 23일 “상위 0.08% ‘슈퍼리치’ 증세는 포용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라며 부자 증세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앞두고 오는 27, 28일 청와대에서 대기업체 경영진과 만나기로 한 것도 증세와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부자 증세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3조8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세원과 세율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하느냐는 기술적인 문제는 남아있지만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국정자문기획위원회가 확정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178조 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재원 조달이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5년간 세수 자연증가분 50조 원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한 점을 수용하더라도 부자 증세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참여정부 때 21%였던 조세부담률이 현재는 18% 수준”이라며 “나라가 제 기능을 하고 경제·사회에서 부족한 부분을 잡기 위해 단계적으로 조세 부담을 올리는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증세의 불가피성을 밝혔다.

이번 증세 논의가 부자 증세에서 출발하지만 이것만으로 재정 감당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종착지는 서민 증세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가시지 않는 이유이다. 급증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증세 폭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쪽과 증세 없이 세수 자연증가분과 세원 발굴로 해결할 수 있다는 ‘증세 없는 복지’ 논쟁이 새 정부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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