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기치를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사진) 부산고검장을 4일 지명했다. 문 후보자는 인적 쇄신과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비롯해 검찰권 축소로 대변되는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친정에 칼을 대는 길 앞에 섰다.

청와대는 이날 광주 출신인 문 고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치밀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검찰 내부의 신망이 두터워 검찰 조직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개혁의 소명도 훌륭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검찰 개혁과 조직 안정에 방점을 뒀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후보자는 법학자 출신인 박상기(65)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되면 역시 법학자 출신인 조국(52)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검찰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 학자 출신이 주도하는 검찰 개혁의 소용돌이에서 문 후보자는 내부 동요를 차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르면 이달 하순 단행될 정기 간부 인사가 문 후보자의 조직 안착 여부를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선거의 영향으로 반년 넘게 지연된 정기 인사를 통해 '정치 검사'들을 대대적으로 솎아낼 계획이다.

문 후보자는 또 검경 수사권 조정과 법무부의 탈검찰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라는 비판을 받는 검찰의 힘을 다른 기관에 분산시키는 게 핵심이어서 검찰 내부의 반발이 예상되는 내용이다.

문 후보자는 이날 청와대 발표 직후 부산고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장기적으로는 국가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 개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과 과정도 다 이해하고 있다.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심정도 충분히 헤아린다. 엄중한 시기에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시대가 바라는 점을 성찰하고 또 성찰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자는 현직 검사 중 최고위 특별수사통으로 꼽힌다. 그는 2015년 대전지검장 때 대검의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당시 문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기소했다. 문 후보자는 2011년 부산지검 1차장검사를 거쳐 2015년 12월부터 부산고검장을 맡았다. 문 후보자가 차기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2005년 이후 12년 만의 호남 출신 총장이 된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