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마 안경환 이어 또 학자 카드

- 평소 법무부 탈검찰화 앞장서

- 靑, 조국 민정수석과의 호흡

- 인사청문회 통과에 최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법무부 장관 후보로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내정한 배경에는 강력한 검찰 개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뒤에도 '학자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그만큼 검찰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 후보자는 평소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검찰·사법 개혁을 수차례 주장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대통령 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과 대검 검찰개혁자문위원을 역임하면서 검찰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구상은 '극소수 정치 검사'의 청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정치와는 거리를 둔 합리적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검찰·사법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한 박 교수가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후보자가 형사정책연구원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공동 대표 등 사회활동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 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지명 직후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 개혁과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자 출신인 박 후보자가 검찰 개혁이라는 난제를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학문적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서 배타성이 강한 검찰 조직을 장악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검찰 개혁에서 조국 민정수석의 역할이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는 조 수석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카드로 박 후보가 낙점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과 닿아 있다.

청와대는 이번 인선에서는 인사검증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후보자 낙마를 경험하고도 또다시 인사 검증 문제가 불거질 경우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르는 데다 검찰 개혁을 추진할 동력도 소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중 가장 흠결이 적은 인물을 찾는 데 주력하다 보니 학계에서 주로 활동해 온 박 후보자가 선택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 장관급 후보자 프로필

▶박상기 법무부 장관(65세·전남 무안)

▷학력 : 배재고, 연세대 법학과,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법학부 ▷경력 : 연세대 법학과 교수,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혁위원, 연세대 법과대학장,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한국형사법학회 회장, 대법원 형사실무연구회 부회장,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경실련 공동대표

▶박은정 권익위원장(65세·경북 안동)

▷학력 : 경기여고, 이화여대 법학과,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법학박사 ▷경력 :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한국법철학회 회장, 경찰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공동대표,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서울대 법학과 교수, 서울대 생명윤리심의위원장,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아·태 국제이해교육원 이사, 아세아여성법학연구소장,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