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이슬같은 사람입니다. 영혼이 맑고 깨끗한..."
33년간 지근거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봤던 법무법인 부산의 장원덕(70) 전 사무국장은 '인간 문재인'을 한 단어로 압축해 달라는 요청에 이처럼 대답했다.
장원덕 법무법인 부산 전 사무국장. 전민철 기자
장 전 사무국장은 198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법률사무소에 문 전 대통령이 합류한 이후 2015년까지 33년간 지척에서 보필하며 정치인 이전 인권변호사 시절 문 대통령의 면면을 속속들이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장 전 사무국장은 문 대통령과 함께 한 30여년의 세월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일화로 '주 5일제 근무제' 도입을 꼽았다. 노 전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하고 문 대통령이 우리합동법률사무소(법무법인 부산의 전신)를 이끌었던 1988년 문 대통령은 사무실에 전격적으로 주 5일제 근무를 도입했다. 장 전 사무국장은 "격주제로 시행하기는 했지만 당시에 직원 4명은 주 5일 근무제가 법제화(2004년)되기 15년전부터 혜택을 누렸다. 1990년 법무법인 부산이 출범한 뒤로 완전 주 5일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문 변호사는 항상 토요일에 나와서 일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장원덕(제일 오른쪽) 법무법인 부산 전 사무국장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장 전 사무국장은 당시 기능직이던 운전기사를 사무직으로 채용한 일화도 들려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근로자 처우 개선을 국정의 우선 과제로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철학은 이미 오래전 그의 삶의 궤적 속에 녹아 있었던 셈이다.
장 전 사무국장은 "운전기사를 한 명 채용했는데, 당시만 해도 운전기사는 기능직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비정규직 같은 위치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운전기사를 사무직으로 채용하고 사무실에 책상도 하나 놓으라'고 지시를 했다. 운전기사를 개인비서 취급하던 그 시절에 상상도 못할 파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에 법률사무소에는 전무하던 보너스를 공무원 기준에 맞춰 400% 지급했던 것도 문 대통령이 얼마나 근로자의 처우를 중시하는 사람이었는지 보여주는 일화"라고 소개했다.
탈권위적이고 소탈하지만 도덕성과 원칙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성품은 변호사 시절에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장 전 사무국장은 "한 번은 사모님(김정숙 여사)이 사무실 차를 개인적으로 썼다가 문 대통령에게 크게 혼이 난 적이 있다"며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울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사모님이 문 대통령을 만나 사하구 괴정의 산동네 아파트에 어렵게 살 때였어요. 자갈치에서 장을 보고 짐이 많았던 사모님이 그날따라 '택시가 안 잡힌다며 차를 좀 쓰면 안되겠냐'고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기사를 보내줬죠. 그런데 갑자기 문 대통령이 교도소에 피고인 면회를 간다면서 차를 찾는 겁니다. 평소에 대중교통으로 다니던 양반이 하필 그날 차를 찾는거라. 기사가 법원에 일보러 갔다고 둘러댔는데 문 대통령이 계속 기다리는 거에요. 삐삐도 없던 시절이라 속이 타들어갔어요. 할 수 없이 이실직고 했죠. 그러니까 문 대통령이 아무말 없이 교도소로 가더라고요."
장 전 사무국장은 "다음 날 김정숙 여사에게서 '어제 크게 혼 났다'고 전화가 왔다. 문 대통령이 '그 차가 당신 차냐. 사무실 차다. 기사가 당신 기사냐'고 혼 났다고 하더라. 그 시절에 변호사가 사무실에 배속된 운전기사를 어떻게 대했는지는 말 안해도 알지 않느냐. 근데 이 양반은 참 달랐다"고 말했다.
장 전 사무국장은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쓰던 다 헤어진 낡은 가죽 가방을 아직도 갖고 있었다. 그는 "같이 국제시장에 가서 샀어요. 가방이 거의 너덜너덜한 데도 새로 사지 않고 이걸 썼어요. 그만큼 검소한 사람이었다"면서 "양복도 춘추복 한 벌, 동복 한벌로 5, 6년을 입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양복 12벌을 준비해서 갈아입었다는 기사를 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참 웃음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다혈질이었던 노 전 대통령에 반해 과묵하고 소탈한 문 대통령은 당시 법조계에서도 평판이 좋았다고 장 전 사무국장은 전했다. 그는 "법조계의 지인들로부터 들리는 이야기가 부장판사들이 직선적인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골칫거리'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반면에 문 변호사는 사람이 참 진국이라고 칭찬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며 "사무실 내에서도 노 전 대통령은 직원들이 잘못하면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혼을 내는데 문 대통령은 30년 동안 단 한번도 큰 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두 분이 철학은 같이 공유했지만, 스타일은 극과 극이었다"며 회상에 잠겼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