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만간 구체적 제안서 전달 예정

문재인 대통령이 해운선사 본사 부산 이전을 공약한 가운데 현대상선 본사 유치를 위한 부산시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부산의 오랜 숙원 중 하나인 글로벌 국적선사 본사 유치가 성사되면 '해양수도'로 도약하는 데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31일 현대상선과 부산시에 따르면 서병수 부산시장은 전날 서울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현대상선 본사의 부산 이전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 주식의 14.2%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 회장은 "우리가 사기업의 본사 위치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부산시의 의견을 현대상선 측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 관계자는 5월 초 현대상선 관계자를 만나 현대상선 본사 유치에 대한 부산의 의지를 전했다. 그동안 부산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글로벌 국적 선사의 부산 유치에 공을 들였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파산 등 위기의 해운업이 부산을 기반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부산에 해양산업기능을 집중해 해양수도로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 설립과 해운사의 본사 부산 이전은 문 대통령의 핵심 부산 공약이다.

시는 조만간 현대상선 본사 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제안서를 작성해 산업은행과 현대상선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현대상선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하면 해운업 회생을 위한 시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집중되면서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해운업이 재도약할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년간 부산의 직·간접적인 본사 이전 제안을 거부했던 한진해운도 파산 상황에 처하자 "본사가 부산에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시에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대상선 본사의 부산 이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사옥 문제가 걸려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사옥을 매각함과 동시에 오는 2022년까지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임대료는 1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회사 임직원들이 부산 이전에 동의할지도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당장 본사를 이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회사 방침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현실에서 직원들의 의사, 해운업계 영향 등 고려해야 할 상황이 적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