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검은 예산'으로 불리는 각 부처 특수활동비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청와대의 솔선수범을 강조하고 나섰다.

	사진=문재인 특수활동비,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5일 5월 현재까지 사용하지 않은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127억원 중 42%에 해당하는 53억 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일부 비품을 사들이는 데 드는 비용을 대통령 사비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부부의 식비를 포함해 치약과 칫솔 등 개인 비품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이 모두 대통령 사비로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줄이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를 대폭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뜻한다.

현금으로 지급되고 사후 영수증 처리도 하지 않는 탓에 이른바 '눈먼 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논란을 빚은 검찰과 법무부의 '돈봉투 만찬' 때 사용된 돈 역시 특수활동비였다.

한국납세자연맹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활동비로 확정된 예산은 8870억원에 달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8조5631억 원이 책정됐다.

지난해 특수활동비가 가장 많이 책정된 기관은 국가정보원으로 4860억 원이 편성됐으며, 국방부(1783억 원)와 경찰청(1298억 원)도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잡혔다.

다음으로 법무부 285억 원, 청와대 265억 원, 국회 78억 원, 국민안전처 77억 원, 미래창조과학부 70억 원, 국세청 54억 원, 감사원 37억 원, 통일부 20억 원, 국무조정실및 국무총리비서실 12억 원 순으로 특수활동비가 배정됐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부터 특수활동비를 줄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 부처들도 특수활동비 규모를 줄이고 집행에 있어서도 투명성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전체 특수활동비의 절반가량을 사용하는 국가정보원은 앞으로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되는 만큼 국내 정보 활동이나 기밀유지가 필요한 첩보활동 등의 명목으로 책정된 특수활동비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수활동비 관련해서는 대통령께서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이후 특수활동비 사용 실태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해보고 투명성을 강조하는 제도개선안까지 마련해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