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권 조정 전제조건 명시
- 권력기관 개혁 의지 드러내
- 공수처 설치도 기정사실화
- 최종 목표 '검찰개혁' 고삐
청와대가 25일 경찰에 대해서도 고강도 개혁 구상을 내놨다. 검찰이 독점하는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인권 친화형 경찰'을 요구했다.
이는 대표적인 권력기관인 검경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전방위적 개혁 태풍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수사권 조정을 직접 거론하고 나서 수사기관 간 역학 관계가 변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 조국(오른쪽) 민정수석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골자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사항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 경찰, 인권침해 대책부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경찰의 인권 침해 문제를 거론했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을 '조정'하려면 경찰이 먼저 수사 편의주의에 매몰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조 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인권 침해와 관련된 통계를 거론하면서 경찰의 인권 침해 문제가 심각한 현실을 강조했다. 조 수석은 수사권 조정의 필수적인 전제로서 '인권 친화적 경찰'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그는 또 경찰이 수사권 남용 등의 인권 침해를 막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경찰에 대해 '수사권을 행사하려면 인권 침해 요소를 개혁하라'는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 경찰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기간 여러 차례에 걸쳐 권력기관 개혁을 강조했다. 특히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농민 백남기 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숨진 사건을 비롯해 경찰의 인권 경시 행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따라서 청와대는 경찰의 인권을 무시한 수사 편의주의나 강압적인 수사 행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수준의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14만여 명에 달하는 거대한 경찰 조직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권 남용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므로 국가경찰과 지방경찰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과 기능 측면에서 양적·질적인 경찰 혁신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수사권 조정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한 것은 그만큼 청와대의 경찰 개혁 의지가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檢, 근본적 개혁요구 직면
청와대가 경찰 개혁에 나서면서 수사권 조정을 거론한 것은 수사기관 전체의 뼈대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수사권 조정은 단순히 경찰만 겨냥한 게 아니라 검찰 개혁의 '마지막 카드'라는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전날 특별감찰관 추천을 국회에 요청하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기정사실화했다. 따라서 청와대가 수사권 조정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검찰 개혁의 최종 목표를 명확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의 개혁을 전제로 달았지만, 결국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고, 검찰은 기소권만 갖도록 하는 개혁의 '큰 그림'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 박범계 정치행정분과위원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어버이연합 우회 지원 의혹,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을 예로 들어 검찰 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진경준 전 검사장, 홍만표 변호사, 김형준 전 부장검사 등 각종 비리에 연루돼 처벌받은 검찰 출신 인사들을 거론한 뒤 "권한 남용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