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국사범 전력 법관임용서 탈락
- 돈벌이 대신 노무현과 동업 선택
- 억울한 일 당한 노동자들 도와

- 김영삼 전 대통령과 동향·동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64·사법연수원 12기) 후보가 19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부산 법조계는 고(故) 노무현(연수원 7기)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문 대통령 당선인과 노 전 대통령은 전국구 인권변호사라는 공통점도 있다.

법무법인 부산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 제주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사무실 가족여행에 나선 문재인(앞줄 왼쪽) 후보. 국제신문DB

문 당선인은 1982년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법무법인 부산의 모태인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했다.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한 문 당선인은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된 전력 때문에 법관 임용에서 탈락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윤인태 전 부산고등법원장이 문 당선인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대형 로펌의 영입 제의를 거절한 문 당선인은 당시 판사를 마치고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노 전 대통령과 운명적인 '동업'을 한다. '30년 동지'인 노무현-문재인의 인연은 이때 시작됐다.

시국·노동사건을 주로 맡으면서 두 사람은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문 당선인은 '대한민국이 묻는다' 저서에서 "인권변호사의 길을 간 이유는 변호사가 단순히 밥벌이 수단이 돼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해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러분의 땀과 눈물, 기쁨 속에 항상 함께 있고 싶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모르거나 애태우는 근로자 여러분을 돕고자 하니 어려운 일이 있으면 주저 없이 상담 문의 바랍니다. 상담료는 받지 않습니다"라는 '변호사 노무현·문재인 법률사무소'의 1980년대 광고물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광고물에 적힌 상담 내용도 ▷임금 및 퇴직금 ▷체불 노임(임금체불) ▷부당해고 및 차별대우 ▷산재보상 신청 및 손해보상 청구소송 ▷각종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와 기타 노동관계 법률이었다.

1세대 인권변호사 2인방의 활약은 지금도 부산 법조계에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한 70대 변호사는 "당시 노무현·문재인을 변호사가 아니라 사회운동가로 봤다"며 "노 전 대통령이 전투적이고 거침 없는 변론을 했다면 문 당선인은 차분하면서도 냉철했다"고 회상했다.

문 당선인은 1988년 노 전 대통령이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법률사무소를 떠나자 1990년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57·연수원 16기), 1992년 김외숙(여·50·연수원 21기) 변호사 등을 영입했다.

그 뒤 문 당선인은 1995년 7월 법무법인 부산을 설립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0년 이 법인에 합류했다가 2002년 16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당선인도 참여정부 때인 2003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법인을 떠났다가 2008년 9월 재합류해 2012년까지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다.

한편 문 당선인의 모교인 경남고도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문 당선인의 경남고 동기동창이다. 또 경남 거제시도 김 전 대통령과 문 당선인을 배출한 고향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