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전 대통령과 재야운동 주도
- 2002년 대선 선대본부장 역임
- 청와대 수석 맡아 대통령 보좌

- 노 서거 때 상주…정치무대 데뷔
- 보수 텃밭 사상서 국회의원 당선
- '문빠' 충성도 높은 지지층 구축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당선인은 2011년 그의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썼다. '당신은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문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내 삶을 굉장히 많이 규정했다.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명이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한 문재인 당선인.

시간을 거슬러 2002년 11월 2일 당시 새천년민주당 제16대 대선 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은 부산국민참여운동본부 발대식에서 이런 연설을 했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친구를 보라고 했습니다. 말은 더듬더듬 유창하지 않지만… 제가 아주 존경하는, 나이는 저보다 적은, 아주 믿음직한 문재인이를 제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대통령감이 됩니다. 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친구를 둔 사람이 제일 좋은 대통령 후보 아니겠습니까." 노 전 대통령은 특히 문 당선인을 소개할 때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도 했다.

■중앙정치에 불려 나온 文

	변호사 시절 가족 나들이 때

한사코 "정치하지 않겠다"던 문 당선인을 정치 무대 한복판에 '강제 소환'한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였다.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은 대검찰청사로 출석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몸을 던졌다. 상주를 맡았던 문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을 "내 생에 가장 긴 하루였다"고 회상했다.

영결식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정치 보복"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소리치자, 문 당선인은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예를 갖췄다. 그때 이후 문 당선인의 존재가 부각됐고, 범야권에선 "직접 선수로 나서 달라"며 문 당선인을 부르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 당선인은 운명에 떠밀리듯 '노무현의 그림자'를 좇았다. 결국 2011년 말 정권 교체라는 대의명분을 품고 민주통합당 창당에 참여했고, 2012년 4·11총선 때 부산 사상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문 당선인은 "사상이 시작"이라며 국회의원에 멈추지 않고 더 큰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약속대로 대통령 후보가 됐고, 제1야당 대표가 됐다.

2012년 대선 후보 땐 '등 떠밀려' 정치를 시작하다 보니 "권력 의지가 약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결과는 득표율 48.0%, 역대 최다 득표(1469만2632표) 낙선이었다.

문 당선인이 '권력 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낸 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 때다. 주변에서 "대선을 앞두고 흠집 잡힐 게 뻔하다"며 출마를 말렸지만, 문 당선인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나는 아무것도 못 하고 녹아버린다"며 출마를 강행해 당선됐다.

당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그는 노무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정치인 문재인'으로 홀로 섰다. 문 당선인은 당 대표가 되자마자 재·보선 참패,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으로 인한 '호남 역풍' 등에 부닥쳐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문 당선인은 "아무리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항해를 멈출 순 없다"며 정면돌파했다.

이 같은 험로를 거쳐 정치인 문재인은 든든한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얻었고, 이른바 '문빠'로 불리는 충성도 높은 지지층도 구축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두 남자의 운명적 만남

	특전사 군 복무 시절.

문 당선인을 설명할 때 도저히 빼놓을 수 없는 사람, 노 전 대통령. 이들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하고도 시위 전력 탓에 판사 임용이 좌절된 문 당선인은 고향 부산에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그때 노 전 대통령과의 운명적 동행이 시작됐다.

문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을 만나 '노무현·문재인 합동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1980년대 후반 부산에선 4명의 인권변호사가 안기부의 요시찰 대상이었는데, 그들이 바로 문재인 노무현 김광일 이홍록이었다.

1987년 6월항쟁 때 부산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을 이끌었던 노 전 대통령은 이듬해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권에 들어갔지만, 문 당선인은 여전히 재야에 남았다. 문 당선인은 1990년 현대중공업 골리앗 크레인 농성 때, "거기에 노동자가 있고 나더러 도와 달라 하는데 가봐야 할 것 아니냐"며 82m 크레인 꼭대기에 오르기도 했다.

둘은 2002년 노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때 문 당선인이 부산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재회했다. 문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면서 국정에 참여했다. 2004년 2월, 청와대 생활 1년여 만에 '일반인'으로 돌아간 문 당선인은 히말라야 트레킹 중 국회가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하자 급히 귀국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대리인단이 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되자 시민사회수석으로 복귀했다.

문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과 함께한 청와대 생활에서 스트레스로 치아 10개를 뽑았다. 문 당선인은 '노무현 국장'의 상주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도 가까이서 지켰다.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