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 농단에 항거한 촛불
- 그 중심 정치세력의 집권
- 4·19혁명, 부마·광주항쟁 등
- 한국사 미완의 혁명과 달리
- 정권교체로 이어진 첫 사례
5·9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것은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한 시민의 저항이 온전히 승리를 거둔 대사건으로 기록됐다. 이번 대선에서 문 후보 당선이 지니는 의미는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시민이 독재와 헌정 유린에 맞서 싸워 명예로운 승리를 거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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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모인 시민들이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측근 세력이 벌인 국정 농단에 저항한 촛불민심을 이끈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문 당선인은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투쟁'의 산물이다.
문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지는 '촛불저항'의 중심에 서 있었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정 농단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와 관련된 승마 국가대표 선발전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국민적 분노는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을 '촛불집회'로 물들였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며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정치권에 쏟아냈다. 민주당과 문 당선인은 국민의 이 같은 요구를 고스란히 국가적 개혁 에너지로 이끄는 중심 정치세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민들과 함께하는 개표방송에 참석해 지지자들의 손을 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당시 야권도 촛불집회에 동참했지만, 제1 야당인 민주당과 적폐 청산을 내세운 문 당선인의 일관된 투쟁노선이 없었다면 촛불혁명은 불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촛불집회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지만 야권과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전신)의 탄핵 찬성 세력(현 바른정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는 데 민주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수차례 시민의 저항운동이 시도됐지만, 시민을 이끈 정치세력이 이번처럼 정권을 잡은 것은 처음이다.
이승만 독재정권이 3·15부정선거를 저지른 데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4·19혁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군사쿠데타로 시민의 정부를 세우지 못한 '미완의 혁명'으로 남아 있다.
그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개헌에 반대한 부마항쟁과 12·12사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권력 찬탈에 저항한 광주항쟁도 민주정부 수립에 실패하면서 시민세력이 좌절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면 온 시민이 거리로 나선 6월항쟁 역시 직선제 개헌이라는 1987년 헌법 체제를 출범시키고도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총리의 이른바 '3김 분열'로 시민의 정부 구성에 이르지 못하면서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민주당 관계자들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문 당선인,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그 후 30년 만에 국정 농단을 규탄하며 시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선 '촛불집회'는 숱한 정치적 고비를 넘기면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대통령 보궐선거로 이어졌고, 마침내 촛불집회를 이끈 핵심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문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이는 한국 정치사에서 시민세력이 승리한 최초의 '시민혁명' '무혈혁명' '명예혁명'이라는 수식어가 지나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문 당선인이 촛불민심을 통해 분출된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적폐 청산과 국가 대개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이다. 문 후보의 당선으로 촛불민심이 정치적 승리를 거뒀지만, 촛불혁명의 진정한 승리는 결국, 시민이 원하는 국가 개혁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국정 농단의 원인이 된 불통과 일방적 국정 운영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제도적 정비를 이루는 게 최종적인 성공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당선인이 화급을 다투는 대내외적 안보·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의 기본 틀을 바꾸는 개헌과 제도적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강조하는 것은 이런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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