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제19대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투표일에 임박해 '투표혁명을 통한 촛불혁명의 완성'을 여러 차레 강조했다.
이는 문 당선인 스스로 이번 대선 승리를 '시민혁명의 승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당선인은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독재권력과 맞선 시민저항운동이 마침내 이번 대선을 통해 승리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 처음 시민혁명으로 승리
이번 대선에 대한 이런 평가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에서는 문 당선인을 향해 '친북 좌파'라거나 '친문(친문재인) 계파패권주의'라고 비판했지만, 문 후보의 당선은 결과적으로 촛불민심을 제대로 수용했다는 국민적 평가와 지지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문 당선인은 보수정권 10년 만에 진보정권을 수립한 정권교체의 주역을 넘어서 시민혁명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린 국가 지도자라는 역사적 의미도 함께 부여받게 됐다.
문 당선인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촛불민심의 정치적 중심을 형성하고 선거 기간 내내 국가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혁명을 강조하는 의지와 정치적 철학을 일관되게 견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 시민혁명 완성을 위해
문 당선인에게 촛불민심은 승리를 위한 '충분 조건'은 아니었다. 보수정권 10년에 걸친 국민적 피로감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부른 국정 농단에 분노한 민심이 문 당선인에게 정치적 기회의 문을 열어 주었지만 정치에 대한 국민의 강한 불신과 보수세력의 반격이라는 '벽'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촛불민심의 요구인 '적폐청산'을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국민통합'을 내세운 경쟁 후보의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가 된 뒤에도 중도보수 후보와 보수 후보의 공세는 계속됐다.
문 당선인이 이를 극복한 원동력은 촛불민심이지만 도전에 적절하게 응전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면서 안정감을 보여준 것도 주효했다. 계파패권주의나 친북좌파 공세에 대해 국가개혁이라는 '몸통'을 유지하면서도 국민통합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가지 뻗기'를 통해 위기를 벗어났다. 국가개혁 전략을 제시하며 수권 능력을 차별화함으로써 정치 염증의 반감으로 결집을 시도하는 중도보수층의 정치적 공간을 축소했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최초로 거리로 나선 시민혁명 세력이 결집한 정치세력이 집권하는 과정은 이처럼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가능했다.
문 당선인은 시민이 무너뜨린 정권을 대신해 시민을 위한 국정을 펴야하는 소명을 안게 됐다. 이 소명을 얼마나 수행해내느냐에 따라 최초의 시민혁명 대통령에 그칠지, 시민혁명을 완성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가 갈릴 전망이다. 손균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