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파면을 선고하는 결정문에서 최순실(개명한 이름 최서원) 씨의 국정 개입 허용과 언론 탄압, 세월호 참사 등을 쟁점별로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가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으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중대한 법 위배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설립 등)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배했다. 그리고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 의무를 위배했다.
▶피청구인 파면 여부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공무원 임명권 남용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광 국장과 진재수 과장이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당해 노 국장은 결국 명예퇴직했고 장관이던 유진룡은 면직됐다.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의 지시로 1급 공무원 6명이 사직서를 제출해 그 중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방해된 탓에 인사 조처가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김 실장이 사직서를 제출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치 않다.
▶언론의 자유 침해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사실과 피청구인이 이러한 보도에 대해 '청와대 문건의 외부 유출은 국기 문란 행위이고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비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이 관여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는 없다
▶세월호 사건 직책성실의무 위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피청구인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안전보호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청구인은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사유가 아니어서 탄핵심판절차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정리=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