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매출 300조·임직원 50만 명
- 초일류기업의 오너 리스크
- 정기 인사·채용도 차질 불가피
- 계열사 사장단이 결정 책임
- CEO 협의체 9년만에 도입
- 미래전략실 해체도 어려울듯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연 매출 300조 원 규모의 삼성그룹이 처음으로 '총수 부재' 사태에 직면했다. 병상에 있는 부친 이건희(75) 회장을 대신해 3년간 '글로벌 그룹'을 이끌어 온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이 17일 구속되면서 창업 79년 만에 초유의 위기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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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됨으로써 79년 삼성그룹 역사상 초유의 비상상황을 맞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을 행인들이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
■ 美부패방지법 적용 가능성
재계에 따르면 삼성 총수가 구속된 것은 그룹의 시초인 '삼성상회'가 1938년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창업주인 고 이병철 초대 회장과 이 회장, 이 부회장 등 3대에 걸친 삼성 총수들이 각종 의혹으로 수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이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구속된 적이 없다.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등을 수사한 2008년에도 당시 총수였던 이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 초대 회장도 1966년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적이 있지만 검찰에 불려가지는 않았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은 해외기업 인수와 대규모 투자,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쇄신안 마련 등 그룹의 미래를 준비하고 '반(反) 삼성' 정서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 사업의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9조6000억 원)인 미국의 전기전자 장치 기업 '하만'(Harman) 인수 계획은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던 계획은 골든타임을 놓칠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해외부패방지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 법은 미국 증시에 상장됐거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게 돼 있는 기업 등이 해외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거나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처벌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삼성전자가 미국 기업은 아니지만, 2008년 법 적용 범위가 확대된 만큼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 밖에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경영 쇄신안 마련 ▷정기 인사 및 공채 일정 등도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다.
■ 9년 만에 'CEO 협의체' 가동
이에 따라 삼성은 오너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8년 도입한 'CEO 집단 협의체'를 9년 만에 가동한다. 이 체제는 그룹의 심장부인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CEO들이 집단 협의체 방식으로 주요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권오현(65) 부회장과 윤부근(64) 사장, 신종균(61) 사장 등 3명이 각각 부품(DS)과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부문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는 총수 부재 사태를 맞아 컨트롤타워 유지 필요성을 강하게 느낄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약속한 '미래전략실 해체' 시기는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장녀이자 호텔신라를 이끄는 이부진(47) 사장이 이 부회장의 '구원 투수'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 측은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