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이후 광폭행보를 보이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주말 일정을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국내외에서 잇따른 구설수 탓에 숨을 고르고 전략을 변경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열린 주한외교단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 전 총장은 지난 21일 예정됐던 강원도 평창 방문 일정을 전날 취소했다. 반 전 총장 측은 기상 여건상 평창 일정을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22일에도 별다른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23일 예정된 KBS 대선주자 대담회와 25일 예정된 관훈 토론회를 준비하고 휴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이 주말 일정을 취소한 원인으로 정체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새로 짜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대담·토론회가 설 연휴 직전에 예정돼 있는 만큼 반 전 총장 측은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담과 토론회 여파가 설 민심에 변수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만큼 설 민심이 대선의 가늠자로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 12일 귀국한 반 전 총장은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충북 음성, 해국 제2함대사령부, 부산·경남 거제, 경남 김해마을, 진도 팽목항, 광주·여수·대구 등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지난 19일과 20일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정세균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등을 예방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방문하는 곳마다 갖은 구설에 시달렸다. 급기야 지난 21일에는 미국 정부가 한국 법무부에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씨를 체포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이 주춤했던 '제3지대 빅텐트' 논의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이번 대담·토론회에서 반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