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수의를 입었다.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영장 실질심사에서 특검은 이용복(55·사법연수원 18기) 특검보를 투입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 당위성을 주장했다. 또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에서 배제하는 행위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대한 도전이자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19조), 언론·출판의 자유(21조), 양심의 자유(22조)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특검은 또 박근혜 정부의 실세인 두 사람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크고 '청와대 게이트'의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을 수사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의 '설계자'이자 '총지휘자'라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2014∼2015년 청와대 정무수석 재직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에 상당 부분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특검은 판단했다.

반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변호인은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는데도 특검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당사자들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특검 조사에서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조 장관 역시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지난해 9월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알게 됐다. 작성 경위나 전달 경위는 전혀 모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은 한 달 가까이 재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은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씨에게 '재소환 불응 때 체포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씨 측은 "특검에 못 나간다. 차라리 영장을 집행하라"며 특검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