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16일 구속기소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문 전 장관에게 '합병이 성사될 수 있게 챙겨보라'는 지시를 한 정황도 확인했다.
특검은 이날 "문 전 장관이 2015년 6월 말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과 고용복지비서관·보건복지비서관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될 수 있게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문 전 장관이 박 대통령의 이런 지시를 전달받고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을 시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담당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지시의 '윗선'으로 박 대통령이 개입됐다는 진술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그 결과 기금운용본부가 삼성 합병 결정에 찬성표를 행사했다고 특검은 판단했다.
특검 조사 결과 문 전 장관은 2015년 6월 연금정책 담당 국장으로부터 합병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을 의결해 양사 합병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담당 국장에게 지시했다. 복지부 간부는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을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라"고 윗선의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그는 "삼척동자도 다 그렇게 알겠지만, 복지부가 관여한 것으로 말하면 안 된다"며 입막음을 당부하기도 했다.
애초 삼성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 안건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결권 전문위)'에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문 전 장관은 의결권 전문위 가결이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되자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합병 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을 보면 삼성물산 보유주식이 더 많은 국민연금에 불리한 측면이 있어 합병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