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얄팍한 표 계산하나" 비난
- 대선 전 선거연령 낮추기 난망

개혁보수신당(가칭·이하 신당)이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춰 올해 대통령 선거 때부터 적용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겠다는 당론을 하루 만에 백지화하자 야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를 의식해 신당은 일단 재논의를 거쳐 당론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혀 결과가 주목된다.

	국민의당 김동철(왼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주승용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정병국 신당 창당추진위원장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준비회의에서 "전날 그 (회의) 자리에서는 전체적으로 이견이 없었지만, 당장 당론을 정한다거나 당헌·당규가 없는 상황에서 선거연령 낮추기를 당론으로 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추후 토론 등을 거쳐 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신당은 지난 4일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기로 회의 참석자들 간 합의를 봤다. 당론 확정 절차를 거쳐 법안을 통과시키고, 가능하면 이번 대선부터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 불참했던 신당 일부 의원이 "의총 토론을 한 번도 거치지 않고 그렇게 합의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선거연령 18세 낮추기'를 취소하고 '재논의'하겠다고 물러섰다.

신당의 입장 번복에 대해 국민의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개혁보수신당은 수구보수신당으로 개명하라"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얄팍한 수로 당리당략식 표 계산을 하지 말고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트위터에 "대한민국 18세는 투표권이 없다. 군대 가고 세금을 낼 의무는 있는데 투표할 권리는 없다. 우리 청년들의 정치의식은 세계 최고인데 권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이다.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라고 썼다.

새누리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선거연령을 낮추는 법 개정의 열쇠는 사실상 신당이 쥐고 있다. 현행 국회법상 쟁점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제도)에 올리려면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이 찬성해야 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심사기일지정)도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 민주당(121명), 국민의당(38명), 정의당(6명)이 힘을 합쳐도 신당(30명)이 찬성하지 않는 한 상임위원회 통과조차 어렵다.

특히 '게임의 룰'에 해당하는 선거법의 경우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로 개정하는 게 관례여서 야 3당이 모두 찬성해도 새누리당이 계속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선거연령 조정안 통과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기 대선에서 엄청난 변수가 될 선거연령 낮추기가 과연 실현되겠느냐는 회의적인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선거연령 낮추기를 제안했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선거 때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권의 엇갈린 셈법 때문이다. 선거연령이 낮아지면 진보 성향 정당에 유리한 것으로 여기므로 보수 정당은 반대하는 까닭이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