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스팅보트 쥔 40여 명

- 탄핵 불가피성 주장하다

- '여야 협상' 요구로 급선회

- 김무성 전 대표 언급 피해

야 3당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주도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이 '암초'를 만났다.

박 대통령이 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회에서 정해주는 일정에 따라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비박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비박계 의원들은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의 핵심 키를 쥐고 있다.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탄핵안 표결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9일 표결'에 대한 불확실성마저 커졌다.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야당과 무소속 172명에 여당에서 최소 28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비박계 의원 40명 이상이 탄핵안에 찬성한 것으로 확인돼 탄핵안 통과는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 담화 이후 비박계의 기류 변화가 뚜렷하다.

새누리당 비박계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는 박 대통령 3차 담화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위한 여야 협상을 요구했다. 그동안 탄핵의 불가피성을 주장해 오던 것에서 선회한 것이다. 비상시국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야당의 다음 달 2일 탄핵안 국회 본회의 처리 강행 입장에 대해 "합의점을 찾으려면 다음 달 2일까지는 시간이 짧다"며 "적어도 다음 달 9일 전에는 최대한 합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서 탄핵 일정이 미뤄지거나 거부돼선 안 된다고 본다"고 했지만 9일 처리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다.

여당 내 탄핵안을 주도해 온 김무성 전 대표도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비박계가 '선(先) 여야 협상, 불발 시 9일 탄핵 처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박 대통령의 탄핵을 강행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무조건 야당의 탄핵 로드맵에 동조하면 보수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그렇다고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대다수 여론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이날 담화를 계기로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똘똘 뭉치는 모습이다.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의총에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서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결단을 국가 안정과 발전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박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