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야 아닌 임기단축 방안
- 사실상 개헌밖에 없어

- 친박계 '先 논의' 앞세워
- 국면전환 돌파 노릴 듯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 결정을 국회에 맡기겠다며 '임기 단축 카드'를 들고나오면서 개헌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임기를 단축할 방법은 개헌밖에 없는 까닭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 입장은 개헌을 고리로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야권의 단일대오를 무너뜨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9일 박 대통령의 담화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개헌이 이뤄지면 헌법 개정 절차에 따라서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이뤄질 수 있다"며 "지지부진한 개헌 논의를 어떤 형태로든 매듭짓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서청원 의원도 "대통령은 이전에 내각에 대해서도 야당이 빨리 구성해 달라고 했고, 대선 일정 역시 합의하면 되는 것이다. 개헌도 200명이 넘은 의원이 하자고 했으니 이른 시일 안에 이런 정치 일정이 잡히면 대통령은 언제든지 그만두면 되는 것"이라고 개헌론에 가세했다.

하지만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 민심'이 타오르는 와중에도 박 대통령이 '개헌'을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꼼수'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박 대통령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문건이 공개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전격적으로 개헌론을 꺼내 국면을 돌파하려다가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얘기했는데 앞뒤가 안 맞는다. 임기를 단축하려면 하야는 안 되고 개헌밖에 없다. 대통령과 친박에서 바라는 것은 탄핵을 유보, 중지해 달라는 거다. 개헌 핑계로 중지해달라는 것은 과한 요구다"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제안은 친박 지도부를 앞세워 국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개헌론을 물밑에 깔아두려는 것이다. 일단 시간을 벌어 밀려오는 탄핵 동력을 차단하고 정쟁을 유발하려는 정치공학적 노림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