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사실상 하야 선언"…야권, 내달 탄핵 계속 추진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회의 정권 이양 일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미 검찰에 '피의자'로 입건된 박 대통령이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국회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자신의 거취 문제를 국회로 넘기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여당 내 비주류의 탄핵 대오 이탈, '임기 단축'을 내세워 개헌론을 촉발하겠다는 메시지도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권은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진솔한 반성과 즉각적인 하야를 거부한 것으로, 탄핵을 회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야권은 탄핵과 국정조사 특별검사 등 박 대통령의 국정 농단 행위에 대한 조사와 강제 퇴진 절차를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해 청와대 게이트 정국의 파고는 훨씬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춘추관에서 발표한 3차 담화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면서 "(다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나의 큰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에게 쏠리는 국정 농단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탄핵안과 개헌안을 포함한 정치 일정을 논의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거취를 국회에 백지위임한 것으로, 사실상의 하야 선언"이라며 탄핵 절차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야권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모면하려고 야당과 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의 탄핵 동력 약화를 노리고 '공'을 국회로 넘겼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이 현 사태에 대한 책임과 국민의 하야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였다면 스스로 퇴진 일정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탄핵을 앞둔 교란책이자 탄핵 피하기 꼼수"라고 비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탄핵안 의결을 예정대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의 꼼수 정치를 규탄한다. 새누리당 의원들과 계속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담화 내용은 퇴진 일정을 밝히지 않은 계산된 퉁치기"라고 비판했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