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거부하면서 다시 청와대로 '공'을 넘겼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하고 대통령의 2선 후퇴 없는 국회의 총리 추천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제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또 오는 12일 열리는 '민중총궐기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3당은 이날 ▷이번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명명 ▷12일 집회에 당력 집중 ▷강력한 검찰 수사 촉구 및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 신속 추진 ▷박 대통령의 제안이 일고의 가치가 없음을 확인 ▷상임위·예결위 통한 민생·국가안보 챙기기 ▷12일 이후 정국 현안·경제안보를 논의하기 위한 재회동 등 6개 항에 합의했다.

이는 총리의 내각 구성 권한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이 국회에 맡긴 '책임총리 카드'로 야권의 자중지란을 유도하는 청와대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속내로 읽힌다. 청와대는 이날도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비롯한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임면권을 총리에게 완전히 넘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헌법 위반"이라며 방어막을 쳤다.

야권은 또 12일 집회까지는 최대한 투쟁 수위를 끌어올려 정국 주도권을 쥐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조기에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게 국정 수습을 맡기겠다고 선언해주시는 게 가장 빠른 수습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전 대표는 외치 권한까지도 내려놓을 것을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으면 새로운 총리는 결국 새누리당 내각이 된다"면서 대통령의 탈당과 인적 청산을 요구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