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수사·하야 촉구 강공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꺼낸 인적 쇄신 카드가 오히려 정국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악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고 야권 출신 김병준 국민대 교수와 한광옥 대통합위원장을 각각 총리와 비서실장에 내정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꼼수 인사', '불통 인사'라는 야당의 강한 반발만 샀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독단 인사'로 '대국민 선전포고'를 했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와 하야까지 촉구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 대통령과 여권은 야당이 거국중립내각 카드를 거부한 상황을 고려해 사실상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하겠다는 차원에서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김 교수를 총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대중 정부 비서실장 출신인 한 실장을 내정한 것도 같은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야권 출신 인사를 총리와 실장에 내정하고 국회와 협의를 거쳐 내각을 구성하면 사실상 거국중립내각으로 야당이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영수회담과 야당의 장관 인선 참여 가능성을 제기한 것도 김 총리 내정자를 통한 거국중립내각이라는 출구 전략이 가동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야당은 김 총리 내정자 카드에 대해 형식과 내용이 모두 틀렸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 농단의 실체를 고백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뒤 '내치'뿐만 아니라 '외치'까지 포함한 국정 전반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국회와 협의 없이 단독으로 김 총리 내정자를 지명하고, 외치는 직접 관장하겠다는 수준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야권 출신 인사 기용에 사실상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법을 구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불쾌감까지 더해져 야당의 반발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야당의 거부를 여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명분으로 삼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정국 반전을 위해 김 내정자를 '버리는 카드'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과 맞닿아 있다. 박 대통령의 인적 쇄신 카드가 무산되면서 연말 정국이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