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연설문에 손을 댄 것은 물론 요직 인사에까지 개입하며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입장이 돌변했다.

28일 오후 최 씨는 돌연 "도피나 잠적의 의사가 없으며 검찰이 소환하면 출석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최순실과 정유라 모녀가 검찰 출신 이경재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 씨는 "사회적 혼란을 일으켜 국민께 사죄한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는 지난 이틀 동안의 행적을 돌아보면 지나치게 갑작스런 입장 선회다.

일각에서는 "각본이 완성됐다"는 관측이 나돈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27일 세계일보의 최순실 씨 인터뷰와 관련해서는 이미 '기획'된 것이라는 분석이 파다했다.

박 대통령은 사과에서 본인의 책임이나 현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간단히 사과만 했다.

또 최 씨의 인터뷰는 기자와의 문답이라기보다는 최 씨 입장을 대변해주는 듯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 인터뷰에서 최 씨가 '지병'을 이유로 들며 "귀국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이 인터뷰를 두고 "인터뷰 기사에서는 '선의'라는 표현 등 충분한 법적 자문을 받은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고 언급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경우 "사과문과 인터뷰 기사는 박 대통령과 최 씨 간 여전히 정보교류가 가능한 상태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 씨의 최측근이자 '호스트빠'에서 만난 관계로 연인 의혹까지 받고 있는 고영태 씨가 27일 필리핀에서 갑작스레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았다.

현재 고 씨는 검찰 문 밖을 나서지 않은 상태이며, 앞서 검찰은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을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각본설'이 나도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최 씨 간 '핫라인'은 여전히 기능하고 있으며, 두 사람이 법적 책임을 피하거나 최소화할 방안을 논의한 결과문은 '대국민 사과'와 '언론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나타났다.

이 상태에서 현재까지 언론에 들춰진 '키맨' 고영태 씨가 '자진귀국'해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이미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 검찰에 전달됐고, 검찰이 고 씨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에 대한 '단도리'를 마친 상태에서 최 씨가 귀국과 협조를 선언했다는 예측이 난무한다.

언론과도 간간이 접촉이 되는 상태에서 최 씨가 계속 해외 도피를 감행한다면 책임은 검찰과 청와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설계 끝나고 플랜 발동하는 모양" "보수 언론들이 지금의 비판적 논조를 유지할지 선회할지도 관건"이라는 반응도 속출하고 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