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에게 대통령 연설문 등이 사전 유출된 데 대해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한 언론이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았고, 수정한 정황도 있다고 보도한 이후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이 거세지자 대국민 사과로 난국을 돌파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37년 전에도 박 대통령 곁엔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이 1979년 6월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전국 새마음 대학생 총연합회 운동회'에서 당시 영애 자격으로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바로 옆에 얼굴이 살짝 가려진 사람(원안 점선)이 최순실 씨. 연합뉴스

하지만 최 씨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들고 온 '대통령 보고자료'를 보고 수정지시를 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져 정치적 파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 연설문 외 광범위한 개입 의혹
- 野는 물론 與도 실체규명 요구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을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25일 충격 속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사과는 그동안 청와대가 최 씨의 국정 개입에 대해 '모르쇠'로 대응하거나 부인해 온 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사이 배석한 이원종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은 고개를 떨구고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전날까지만 해도 '정치공세' '허구' '봉건시대에도 없을 일'이라며 부인했으나,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구체적인 자료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시인과 사과로 방향을 전격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정 지지율이 국정 동력의 마지노선인 20%대로 추락하면서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이 문제를 계속 안고갈 경우 사실상 국정 마비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실체 규명을 요구하는 등 정치적 압박이 계속돼 최소한의 국정운영 능력을 확보할지도 불투명한 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검찰이 최 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를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의 연설문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국정 개입 증거가 나올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또 다른 언론은 이날 최 씨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대통령 보고자료'를 박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장으로부터 전달받아 수정을 지시했거나 심지어 장관 인사까지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장은 오히려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 언론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인터뷰에서 정 부속실장이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거의 매일 밤 최 씨의 사무실로 들고 오면 "최 씨가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총장은 "그 모임에서는 인사 문제도 논의됐는데, 장관을 임명하는 사안까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최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국정 전반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주장이어서 사실 여부에 따라 핵폭풍급 파장이 불가피하다.

손균근 김태경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