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 연설을 통해 "개헌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개헌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개헌의 물꼬가 터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자신이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내년 대선까지 1년2개월, 자신의 임기가 1년4개월 남은 시점이다. 박 대통령의 개헌 공식화는 마지막 승부수로 분석된다. 임기 말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최순실 게이트'와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고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내년 대선판까지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개헌 카드를 던지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 |  |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 완수"라는 깜짝 제안을 내놓았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개헌 추진 주체와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못 박았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이라며 그동안 개헌에 반대하다가 내년 대선과 임기를 불과 1년여 앞두고 개헌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박 대통령은 개헌 시점에 대해서도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고 '2017년 개헌'을 적시했다. 이어 "본인의 임기 중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바로 서게 할 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향후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개헌을 공식화한 것은 여소야대 정국 속에 개헌 외에는 임기 말 레임덕 차단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병우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 박 대통령 측근들의 각종 의혹이 확산되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이 '국면 전환용' 성격이 짙지만,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정국 전환용으로 의심하면서도 여론을 의식해 개헌 자체를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개헌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개헌안에서 가장 중요한 권력구조에 대한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려 개헌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하더라도 논의만 무성한 채 '말잔치'로만 끝날 가능성이 있다. 개헌이 이뤄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차기 대권 주자들이 권력구조에 대한 합의를 이뤄낼지도 큰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개헌 블랙홀'로 인해 정국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
)
)
